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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전초이 May 09. 2020

어느 날, 수술실에서 벌어진 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 수술 도중 쓰러진 그 인턴 선생님의 진실은.





“인턴 선생님!!! 괜찮아요?? 정신차려보세요!!!”




그는 수술 도중 쓰러지고 말았다.








올해 초 유방외과를 돌았었다.


그 때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빽빽한 수술일정과

수많은 입원 환자들 관리로 정신없이 바빴다.


매번 그렇듯 스트레스는 쌓여갔고

늘 그렇듯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다.



첫 수술은 보통 8시에 시작된다.


병동에서는 7시 반쯤부터

수술 예정 환자분들을

수술실로 시간 맞춰 내리기 위해 분주하다.


환자분들이 수술 대기실에 도착하면

8시까지 각 수술실에 입실하게 된다.


보통은 환자분들이 수술 대기실에 침대차에 누워서

대기를 하면

인턴 선생님(이하 ‘인턴샘’)과

수술실 간호사, 마취과 간호사가

수술 대기실로 와서

수술받을 환자를 확인한 후

수술실로 모시고 온다.






그날은 유독 수술이 많았던 날.



오기로 했던 인턴샘이 늦는다.


‘아놔, 힘들어 죽겠구만...’


시간 맞춰 입실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내가 환자를 모시러 간다.


환자가 입실하고 전신마취를 위한 준비를 한다.


이 때 인턴 선생님이 허겁지겁 들어왔다.


“뭐야, 왜 이제 와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러이러해서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장난해요?

아침에 첫수술 준비해달라고 카톡 보냈고

확인도 다 하지 않았어요?

내가 인턴샘들 일까지 다 해야겠어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하, 진짜..”


나름 아랫사람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나이지만

(잉? 나만의 착각?)

그날은 유독 몸과 마음이 지쳐

나도 모르게 짜증을 퍼부었다.


그래도 성실하고 착한 인턴샘인데..

늘 그렇듯

짜증과 화를 던지고 나면

남는 것은 미안한 마음과 후회뿐.


그래서 결국 한 10분 뒤 손씻으러 나가서는


“미안해요. 그냥 요즘 힘들고 해서 감정 컨트롤이 안됐네.

다 사정이 있었을텐데.

선생님이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여튼 미안해요.”


“아닙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를 했다.





.

.

.



이야기는 이제 시작된다.




그 인턴샘은 수술 도중 쓰러졌다.



이렇게.




더위에 유독 약한 홍도. 수술실 참관 도중 더위를 못참고 쓰러지는 홍도.


"괜찮아요?? 정신차려보세요!!" 출처 : 슬기로운 의사생활





“인턴샘! 괜찮아요? 정신차려봐요!”




수술실은 비상사태였다.


교수님 바로 옆에서 어시스트를 하고 있던 인턴샘은

갑자기 한 번 휘청하며 흔들리더니

그대로 뒤로 주저 앉고 말았다.


다행스러운건

한 번 크게 휘청 했을 때

옆에서 교수님이 이상한 낌새를 차리시고


“인턴아, 괜찮니?”


하며 물어보셨고

그러고 나서 쓰러져서

교수님께서 바로 인턴샘을 부축해서

바닥에 크게 부딪히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인턴샘은 바로 휴게실로 가서

안정을 취한 후 잘 회복되었다.





수술실에 있다 보면

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이라고 하여

일시적인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여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학생 쓰러졌죠?"
"네, 올해는 늦게 나왔네요. 작년엔 6월 쯤 한 명 쓰러졌는데."



따라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소아외과 안정원 교수님도

종종 보게 되는 일이라서

(홍도 학생이 걱정은 됐겠지만)

그럼에도 수술에 집중한다.






사실 이 인턴샘이 처음은 아니다.


직접 목격한 것은 처음이긴 하지만

정말 1년에 한 두 번은

"누가 수술 도중에 쓰러졌다더라"라는 말을 꼭 듣게 된다.

보통은 작고 마른 여자 인턴샘의 경우가 많다.


(이 인턴샘은 아주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다.)


아주 다행인건 인턴샘이 다치지 않고

잘 회복되었고 그 후로도 전혀 이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마음이 불편한 건

인턴샘이 실신을 했던 이유가

아침에 내가 뭐라고 해서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쓰러진 것은 아닌지, 했던 점이다.


인턴샘이 나가고 나서

수술실 간호사들과 한참을 얘기했다.


“선생님, 하, 제가 아침에 인턴샘한테 뭐라고 해서

그런건 아니겠죠??”


“흠, 그렇게 심하게 하진 않았는데, 또 모르죠, 뭐. ㅎㅎ”


“아, 그래도 바로 사과하고 괜찮아 보였는데

되게 신경쓰이네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한 가지.


아무도 못봤지만 나만 봤던 것이 있다.


그것은 또한 진실은 알 수 없고

굳이 알고 싶지 않지만

약간의 의문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인턴샘이 쓰러질 때

내가 바로 맞은 편에 있었다.


교수님과 나는 마주보는 자리이고

인턴샘은 교수님의 바로 옆 자리였으니

인턴샘도 나와 마주보는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인턴샘이 쓰러질 때

그 순간을 정확히 목격한 것은


오직 나였다.


눈이 약간 감기며

조심스레(!?) 주저 앉고 있는 인턴샘.


놀라는 교수님과 주변 사람들.

인턴샘을 부축하는 교수님과 주변 사람들.



바로 그 때.


찰라의 순간!


인턴샘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 마주침은 찰라였지만

매우 정확한 마주침이었고

눈빛 교환이었다.


게다가 약간의 미소를 띈 모습을 보았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닐거야.

정말 찰라의 순간이어서 나의 기억이 잘못되었을거야.'






그것이 알고 싶다.


가끔 지나가며 마주치는

목표했던 과에 들어가서

열심히 레지던트 1년차로

근무 중인 그에게 묻고 싶다.





그 때 그 순간

당신은 나와 눈빛 교환을 하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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