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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라인 Jan 26. 2023

남자승무원을 많이 뽑아야 하는 이유

설을 핑계로 고향에 와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타지에 사는 친구들도 명절이라 본가에 오다 보니 그동안 자주 못 만났던 친구들도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다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회사나 직업 얘기를 서로 흥미롭게 할 수 있었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주변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다 보니 내 이야기들을 더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승무원 친구들을 만날 때는 다 겪는 일이라 회사 얘기보다는 다른 얘기를 더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직에 일하는 친구들끼리는 “누가 누가 더 힘들게 일하나” “누구네 회사가 더 나쁜가” 열띤 경쟁(?)을 했더랬다.


 나는 최근에 본 한 비즈니스 클래스 중년의 남자 손님 얘기를 했다. 이 손님은 특히 여자 승무원들에게 노골적인 표현을 해서 다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과한 요구를 계속해서 요청해서 하다 못한 사무장이 그 비행에 있던 남승무원들을 다 불러서 남승무원들이 그 손님만 특별(?) 대접을 해줬다.


 그 손님은 이 비행기에 있는 모든 레드 와인을 마셔 보고 싶으니 다 가져와보라는 얘기를 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마셔보고 싶어 하는 손님은 많기에 이 정도 요구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 손님의 요청은 조금 달랐다. 승무원 한 명 한 명이 와인 한 병씩을 다 들고 오라는 것. 그래야 본인이 어떤 와인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때 비행기에 실려 있던 총 세 종류의 다른 레드 와인이 있었다. 손님은 여성 승무원들이 와인병을 가져와서 한 잔씩 따라주는 걸 상상했던 것 같은데 그 비행에 남자 승무원이 다행히(?) 세 명이 있어서 남 승무원 셋과 사무장이 (사무장도 남자였다) 손님 앞에 쪼르르 서서 다른 종류의 와인병을 한 명씩 들고 한 잔씩 따라줬다. 그 뒤로도 그 손님이 콜벨을 누를 때마다 남자 승무원들이 가서 확인을 했고 아무 드라마 없이(?) 비행을 마칠 수 있었다.


남자 승무원이 있으면 확실히 비행의 분위기가 다르다. 승객들이 탑승할 때 무거운 짐을 들고 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짐을 들어주는 것도 남자 승무원들이 나서서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동료 입장에선 정말 고마울 뿐이다. 기내에서 서비스하는 도중 만취 승객이 있을 때도 도움이 된다. 여자 승무원들이 아무리 말해도 안 들어도 남자 승무원이 오면 상황이 정리가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무슬림이 많은 비행에선 더하다. 여자 승무원들이 하는 지시사항을 귓등으로 안 듣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승무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바로 안전 관리이다. 응급 상황이 닥쳤을 때 승객들은 승무원들이 하는 지시사항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데, 과연 이 손님들이 내 말을 들을까 생각이 들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여자 승무원들을 위주로 뽑는 회사 잘못일까 성희롱하고 승무원 지시사항을 안 듣는 손님 잘못일까? 내가 생각하는 남자 승무원을 많이 뽑아야 하는 이유이다.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 파이팅



[블로그 원본 글]

https://m.blog.naver.com/ey856/222994795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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