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진 Oct 30. 2020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못하겠어요

내년이면 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다

희한하게도, ‘나이’ 핑계를 대는 것은 삼십 대인 지금 뿐만 아니라 이십 대 때에도 그렇게나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주변 친구들, 언니, 동생을 막론하고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나이였고, 가장 넘기 힘든 허들이었다.


지금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아”

내가 너 나이였으면 했을 텐데”

내 나이가 지금 결혼 적령기인데 지금 도전하면 결혼은 언제 해?”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고백하자면 물론 지금도 종종 그런 생각들을 당연히 한다.)


나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언론고시를 준비했다. 그러느라 학교 다닐 때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 채로 졸업을 했고, 계속 언론고시를 도전하다, 아무런 준비 없이 홍보회사를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 내 첫 클라이언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료 브랜드와 역시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품 브랜드였다. 갑자기 맡게 된 이 두 브랜드들을 통해 정말 부딪혀 가며 영어 프레젠테이션과 리포트를 준비해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아, 나 영어가 필요하네!’를 깨달았지만 이미 남들보다 조금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터라 빨리 회사에서 자리 잡고 싶었고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그 갈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졌고, 회사 생활을 일 년 넘겼을 때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짧게라도 어학연수를 다녀올까?

그런데 지금 나이가 27살인데, 지금 준비해서 다녀와도 29, 30은 될 것 같은데, 여자 나이 30살에 그때 새로운 곳으로 취직할 수 있을까?


내가 어학연수를 가지 않는다면?

나는 계속 이렇게 홍보회사에서만 일해야 할 것 같은데 난 견딜 수 있을까? 이 일이 나한테 정말 맞는 건가?



이 두 가지 생각들이 끊임없이 교차하며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사실, 홍보회사가 나한테 맞지 않았고, 어학연수는 다녀오고 싶었는데, 어떻게 보면 고민이라기 보단, 걱정이 더 앞섰다. ‘나이 서른’에 대한 걱정.


그러다 어느 순간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래, 내가 지금은 어학연수를 갈 수 없는 이유가 27가지라면, 내년 28살에는 그 이유가 28가지가 될 것 같다!’



이 생각은 순식간에 나를 어디로 갈지 찾게 만들었고, 얼마나, 비용은 어느 정도, 어떤 목표를 가지고 다녀올지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했다.

저 찰나의 순간은 지금도 내가 주저하는 시점에 나를 드라이브 걸어주는 마법 같은 문장으로 되새기곤 한다.


그즈음이었나. 두 살 많은 친한 언니가 새로운 도전을 할지 말지 고민할 때, 그런 말을 했다.

내가 너 나이만 됐어도 그냥 바로 했을 텐데... 고민이야...”

아...! 지금 내 나이가 누군가한테는 도전하기에 너무나 적합한 나이구나, 새로운 걸 시작하기에 어색하지 않은 나이이구나.


그즈음의 생각들은 나를 미국으로 이끌었고, 그리고 막상 미국에 가보니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들도 그때 다 새로운 시작을, 새로운 도전을 하러 그곳에 와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언니들 모두 지금 너무나 만족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나이가 걸림돌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라도 적을 때, 지금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든 도전에는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으니.



작가의 이전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