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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용 Oct 30. 2020

고독한 취준일기 05

첫 서합, 첫 면접, 그리고 첫 탈락


 나는 구인구직 사이트에 내 이력서를 공개처리해놨다. 그래야 더 많은 곳에서 내 이력서를 보고 내게 연락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력서 공개 설정을 해놓지 않는 취준생들이 의외로 많다. 꼭 공개 설정을 해놓길 추천한다. 기회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그 예기치 못한 기회가 나에게 찾아왔다. 어느 날 인재채용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괜찮은 회사의 구인공고를 추천해준 것이다. 속는 셈 치고 그곳에 넣어봤다. 처음에는 서류 탈락이 되었지만, 두 번째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서류 합격 통보를 받고는 바로 다음 날이 면접이라는 안내까지 받았다. 나에게는 인생 최초의 서류 합격과 인생 최초의 면접이 같이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너무 급작스러웠다. 마땅한 옷도 없어서 회색 재킷을 걸치고 면접장에서는 벗어야 했다. 처음 신어 보는 높은 구두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고, 결국 뒤꿈치가 모두 까졌다. 나 같은 사람에게도 기회가 온다면 분명 모두에게도 올 것이다.



 사실 나는 서류 합격을 예상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서류를 넣는 순간 후회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정말 운이 좋아 합격한다면 내가 생각하던 내년까지의 계획이 모두 어그러질 수도 있었다. 나에게 있는 안 좋은 징크스는 간절하게 원하면 안 되고, 간절하게 '안 됐으면'하고 빌면 꼭 된다. 나는 그냥 서류가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류가 붙을 거라고 예상했다.


 면접은 가고 싶지 않았다. 첫 면접이라서 제대로 준비도 안 되어있고, 만약 출근한다고 해도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누가 들으면 멍청한 소리라고 할 테지만 나는 그랬다. 어떤 환경이든 새로 주어진 환경은 너무 무서웠다.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이 밤새 나를 괴롭혀서 잠을 3시간도 못 자고 면접을 보러 가야했다.


 처음으로 출근 시간대에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지하철을 탔다. 기분이 참 묘했다. 얼른 그 사람들 틈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얼른 벗어나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면접은 3대 3으로 이루어졌다. 사실 정규직 채용이 아니라 6개월 단기 파견 계약직 채용이었기 때문에 면접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들어가기 직전까지 달달달 떨던 나도 나쁘지 않게 대답을 마칠 수 있었다. 중요한 팁 하나를 얘기하자면, 행여 내가 생각한 기간 보디 더 긴 계약 기간을 이야기해도 "네."라고 대답할 것. 나는 나도 모르게 6개월로 알고 왔다고 얘기해버렸다. 그런 불필요한 이야기는 구태여 하지 않는 게 이득이다. (그런 말을 대놓고 하는 바보는 나밖에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해버렸으니 나는 탈락을 직감할 수 있었다. 스스로 판단해서 내 입으로 그런 말을 해놓고 후회했다. 이른 아침 먼 곳까지 와서 순간적인 말실수로 모든 걸 망쳐버린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미리 면접 구두를 사놓을걸, 집에 있는 까만색 구두를 그냥 집어 들고 와서 다 까져버린 뒤꿈치가 너무 쓰라렸다.


 결과를 묻는 엄마의 전화에 괜히 허세를 부렸다. 내가 별로 원하지 않는 직무여서 별로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교통도 불편하고, 합격하더라도 안 가고 싶은 곳이고, 어쩌고저쩌고. 노래를 들으며 그 먼 거리를 다시 돌아가는데 내가 너무 한심해서 머리통을 세게 쳐버리고 싶었다. 우주 쓰레기만도 못한 사람이 된 것 같았고 마음이 허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앞으로의 계획을 짰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내년에 있을 기회를 준비하자. 나는 아직 어리니까 더 많은 기회가 올 거다. 차라리 잘된 거다.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해도 밀려드는 씁쓸함을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겪는 실패는 정말이지 너무 쓰다. 수많은 서탈과 면탈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고작 한 번의 탈락으로 약한 척 오버를 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인생 처음의 취업 면접 탈락이다. 누구나 처음이 힘든 거니 다음부터는 조금 의연해질 수 있겠지 기대해본다. 이렇게 약한 멘탈로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나 내 스스로가 걱정된다 정말.



 언젠간 취뽀했다는 글을 올리는 그날까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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