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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Seattle Jun 10. 2020

52년 만의 은퇴 end of an era

미국 은퇴 연령

어린이집 원장님 재키(재클린의 애칭)로부터 고별 이메일이 도착했다. 계속되는 COVID-19 위험에 고령인 본인의 상황을 감안하여 다시 어린이집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원장님께서 거의 내 할머니 뻘에 가까운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 주변에서 누군가 52년이나 한 직종에 일하셨다는 말은 처음 들었고 그 분의 사명감에 숙연해졌다.


미국은 정해진 은퇴연령이 없다. 보통은 적당히 눈치껏 은퇴하는데, 눈치를 줘도 은퇴를 안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만약 나이로 해고를 하면 부당한 차별로 거액의 소송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에 나이로 압박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은퇴 계획이 뭐냐고 계속 묻는다던가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물귀신 권법으로 '우리는 늙었으니 젊은이들에게 길을 비켜 줘야지'라고 압박하는 정도는 허락된다. 실제로 주변에서 이런 식으로 떠밀린 은퇴가 이루어진 것은 몇 번 목격했다.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의 젊은 교사들로 구성된 우리 어린이집은 COVID-19 동안 정상 운영되었다. 산전 수전을 다 겪은 재키는 올해 초, 아직 경각심이 고조되기 전부터 젊은 교사들이 아직도 업무 후 도심에서 유흥을 즐긴다면서 그러다 본인처럼 면역력 낮은 노인에게 옮기면 죽을 수도 있다며 투덜대곤 했다. 게다가 학부모 중에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몇 있어서 재키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고 곧 예방적 차원에서 병가를 냈다.


60년대부터 갈고 닦은 실력의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이 배울 기회를 갖은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어린이집이 위치는 좋은 대신 월급이 짜서 선생님들이 자주 바뀌었다. 하지만 재키의 훌륭한 안목으로 뽑는 족족 모두 너무 좋으신 분들이 오셨고 선생님들은 경제적 이유로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신 이후에도 자주들 놀러오신다. 아이들에게 재키는 법이요 포근한 보금자리였다. 말썽을 좀 부려 본 우리집 꼬맹이는 3살이 되기 전부터 본인이 생각하기에 억울한 일이 생기면 "재키 사무실로 가자"며 상대를 위협하곤 했다. 실제로 글을 못 읽는 아기들끼리 책 읽는 시늉을 하며 노는게 귀여워 웃은 새로 오신 선생님이 화난 문맹 아이들 손에 이끌려 원장실에 던져지기도 했다.


재키는 은퇴후 90대 중반인 본인의 어머니와 역시 노년에 접어든 자신의 딸들과 은퇴생활을 즐기기로 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몇 년 후가 되었을 지 모르는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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