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시장조사를 위해평소에 잘 안 가던 스타벅스에서 시나몬 돌체라떼라는 음료를 사 왔다. 커피 향을 압도하는 인위적인 계피향과 단 맛에 내 표정이 안 좋아졌는지 잔소리쟁이 우리 꼬맹이가 '아빠가 돈을 많이 내고 사 왔으니 싫어도 참고 먹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본인은 무난한 드립커피를 시키고 내게 실험용 음료를 먹이는 것도 모자라 요즘 돈의 개념을 배우기 사작한 아이에게 엄마에게 엄청 비싼 음료를 사 줬다고 설명한 모양이다.
시애틀의 오래된 커피집들 중에 메뉴가 카푸치노와 드립 딱 두 가지인 곳들이 많은데 어차피 대부분의 고객들은 이 두 메뉴만 찾기 때문이다.나와 남편 역시 시애틀 정착 후 집집마다 다른 커피콩 맛을 보느라 기본 메뉴만 찾다 보니 어느새 복잡한 커피 메뉴와멀어졌다. 어쩔 수 없이 산 돌체라떼를 서로에게 숙제처럼 미룰 정도로.
세계 양대 커피 도시 중 하나이자 스타벅스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에는 지역 특유의 커피숍만큼이나 일반 스타벅스도 많지만 다른 지역과는 위상이 다르다.소규모 커피숍에서 다양한 커피를 신선한 상태로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굳이 전 세계 배급 스케쥴을 따르는 프랜차이즈에 가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심지어 다른 지역에서는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리저브(Reserve) 점들도 현지인들에겐 인기가 별로다. 스타벅스 본사 1층에 위치한 리저브 점은 심지어 맥주와 와인도 팔면서 커피 메뉴는 단촐하다.커피향을 가리는 커피 메뉴는 커피콩으로진검 승부를 가리는 커피샵들의 자존심이 허락을 않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