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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영 Oct 09. 2020

단어에도 세월이 담겨 있다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땡스북스 X 지콜론북 전시 소개

한글날을 맞아, 오래된 간판이 주는 정서와 한글의 가치를 다시금 발견할 수 있는 전시를 소개한다. 땡스북스에서 진행되는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전시에서는 ‘단어에도 세월이 담겨 있다’라는 주제로 옛 생활상을 보여주는 업종명, 외래어 표기법이 발표되기 이전에 생겨난 오래된 가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합정역 땡스북스에서 10월 8일 - 11월 5일까지 열리는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전시
간판을 그 도시의 삶을 함축한 기호로 여기며 가만히 관찰해보면 다양한 의미들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표기법을 오래된 간판 속에서 발견하기도 하고, 간판이 달렸을 그 당시의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찾았는지, 유행했던 업종, 좋아했던 단어, 인기 있었던 캐릭터는 무엇이었는지 까지도 알 수 있다.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97쪽 중에서,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을 발표해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는데, 이때부터 ‘슈퍼마켙’을 ‘슈퍼마켓’으로, ‘쁼딩’을 ‘빌딩’으로 표기하게 되었다.


양화(洋靴)는 ‘서양의 신발’이라는 뜻으로 구두를 말하는데,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고 이전에 사용하지 않던 외래어가 들리기 시작하던 근대 역사의 한 장면을 담은 단어다. 


컴퓨터 세탁은 1980년대 자동 세탁기가 나오면서 사용하게 된 단어다. “예전에는 세탁기가 수동이었어요. 물을 넣고 세탁기를 돌리고 물을 빼고 다시 물을 넣고, 세탁이 다 되면 직접 손으로 세탁물을 꺼내서 탈수기에 넣고... 다 사람 손으로 작동한 거예요. 그러다 어느 날 디지털 세탁기가 나오면서 헹굼을 몇 번, 탈수를 몇 번 이렇게 공정별로 입력할 수 있게 됐죠.” 지금이야 촌스럽게 보이지만, 그 당시 ‘남들보다 기계를 빨리 사서 좋은 설비를 갖췄다’는 뜻으로 가게 앞에 ‘컴퓨터 세탁’이라 적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 익숙해서 외래어 표기라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지만, 그 당시에는 새로워서 다양한 표기법으로 적었던 단어들. 간판을 보면서 색이 바래져 가는 페인트, 만들어진 시기를 추측할 수 있는 함석판, 벽돌 등의 물성이 아닌, 단어 그 자체에도 세월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105쪽 중에서,



도시는 빠르게 변해가고 오래된 곳들은 빠르게 사라져 간다. 기록을 했던 가게들 중에서도 이미 사라진 곳들이 많고, 계속해서 사라져 가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사진으로밖에 만날 수 없는 곳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래된 가게들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고, 또한 분명한 의미를 남겼다. 오래된 곳을 도시의 시간이 담긴 곳, 연륜이 있는 곳, 오랜 관계가 쌓인 곳으로 가치 있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며, 하나의 시선을 보탠다. 



- 전시 정보 -

땡스북스 X 지콜론북

<사라지지 않는 간판들> '단어에도 세월이 담겨 있다'

전시 기간: 2020.10. 8 - 2020. 11. 5

관람 시간: 매일 12:00 - 21:00

전시 장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6길 57-6(합정역 3번 출구) 땡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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