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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운 Sep 22. 2020

약대는 동아리도 열정적이다

약대의 유노윤호들

약대에서는 동아리가 매우 중요하다. 바로 선배들이 공부한 자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겪어본 선배들이 여기는 시험에 안 나온다, 교수님께서 리뷰 하시는 부분이 중요하다 등 시험에 대한 팁을 마구마구 주기도 한다.


그리고 약대 편입을 위한 수험기간을 거쳐오면서 다들 자신들의 끼를 억누르고 공부만 해온 탓에 신입생들의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대한 열정이 매우 넘친다.     


개강하기 전부터 동아리들은 너도나도 열정적인 학생들의 지원을 받기 위해 화려하게 홍보한다. 우리 학교는 동아리 면접을 따로 보지 않고, 동아리 새내기 배움터, OT, 개강파티 등에서 선배랑 친해져서 합격시켜 달라고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따라서 면접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지만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그냥 그 선배들이 내가 싫었나 생각하는 정도...).      


동아리는 정말 다양하다. 

처음 동아리 홍보 책자를 받고서

‘아니 이 사람들. 공부도 그렇게 잘하고 노는 것도 이렇게나 잘한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댄스 동아리, 밴드, 오케스트라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학술동아리, 다른 약대들과 함께하는 연합 동아리 등등 정말 다양한 동아리들이 있었다.




나는 학술동아리 하나와 봉사동아리, 오케스트라에 지원했다. 봉사동아리와 오케스트라는 지원을 하면 거의 다 받아주기 때문에 합격했지만, 소수 인원만 뽑는 학술동아리는 보기 좋게 떨어졌다. 사실 이때 마음의 상처가 컸다. 가장 열심히 어필하고 세 개의 동아리 중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동아리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 하고 있는 동아리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기 때문에 떨어진 게 다행이라는 마음도 든다. 약대 생활이 생각보다 빡빡해서 일주일 중 하루 저녁을 동아리를 위해 매주 사용하다 보면 남는 내 시간이 없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의 본업은 공부이므로 시험 기간 2주는 동아리 활동을 전면 휴식하고 학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어떤 선배는 “시험 기간이 공부만 할 수 있어서 차라리 더 낫다.”는 나는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우리는 3학년이 신입생으로 들어오고 4학년이 동아리 운영의 핵심이 된다. 나는 이제 4학년으로 현재 봉사동아리의 회계로 자리를 하나 꿰차고 있다. 우리 동아리는 엄밀히 말하면 서울 의료대학들의 연합 동아리이다. 서울 소재 의대, 간호대, 약대 등 다양한 의료계열 학생들이 모여있다. 토요일, 일요일 각각 신청을 받아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몇 달째 봉사가 중단되고 있다.

전에 갔던 봉사에서는 약국 일을 도와드렸는데, 생각보다 나랑 잘 맞았다. 외국인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여서 심각한 증상은 없고 약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책으로만 배우던 약들을 실물로 만나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때는 직접 복약지도를 하진 않았지만 이제 다시 진료가 시작되면 나도 복약지도를 할 수 있어서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 다시 진료를 시작한다면 봉사 이야기도 글로 써보겠다.     




동아리를 통해서 배운 점이 참 많다. 전적대학에서는 마음껏 참여하지 못했던 활동들에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얽히고설켜 보기도 하고 때로는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툼도 있을 뻔 했다. 그런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고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일은 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나는 그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투자하기로 결심했었고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참 많은 사람들이 남았다.


사실 동아리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동아리 문제로 동기들과 마음 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유는 바로 선배들이 준 자료를 친한 동기들끼리도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뭐 그런 걸로 감정이 상하냐 할 수 있지만,  동아리 들어가기 전까지는 서로 같이 공유하면서 공부하자고 해놓고는 합격하고 나니 입을 싹 닦는 동기들이 얄밉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자료를 공유해줬던 동기는 내 자료가 별로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애써 그 자료를 준 선배에게도 미안하고 다시는 그 동기에게 공유해주고 싶지 않았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공부에서 만큼은 자신의 바운더리가 확실한 동기들이었다.

나는 약대 생활을 하면서 각자의 바운더리를 이해하는 훈련을 했고, 이제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약대 생활 생존 법칙 중 하나이다.    

물론 자료를 공유하진 않지만 여러명이 모여서 같이 공부하고 우리만의 자료를 만들고 있다. 방대한 공부량 때문에 대부분 이렇게 공부는 함께 하고 있다. 앞서 내가 이야기한 것은 내 경험일 뿐이니 모든 약대생들이 그럴거라 짐작하지 않고 참고만 했으면 좋겠다.


친한 동기들을 보면 정말 열심히 애정을 갖고 동아리 활동을 한다. 나도 애정을 가질 수 있는 동아리에 속해 있어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 만약 대학생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동아리에 한번쯤은 들어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약대생활 Tip

내가 생각한 교내 동아리와 연합 동아리의 장단점을 각각 말해주자면,


교내 동아리 

선배들, 동기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고 친해질 수 있다. 동기들과의 대화 중에 교내 동아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큰 만큼 교내 동아리는 약대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건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약대는 그냥 수업만 듣더라도 학교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동기들을 거의 매일 보고 마주친다. 거기에 학교 일과 후 또 본다면 더 좋을 수도 있고 조금은 지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연합 동아리 

다양한 학교에서 모인 약대생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제약 마케팅 프로젝트를 다른 학교 학생들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적극적이고 꿈꾸는 바가 있기 때문에, 다들 배울 점이 많았다. 학교 안에만 있었다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남아있을 수 있었을 텐데 다른 학교 학생들을 만나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90%의 확률로 주말 시간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들 학교 학사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주말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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