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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 Jun 05. 2020

데이식스(DAY6) <Zombie>, 잠들지 못하는 밤

"머리와 심장이 텅 빈 생각 없는 허수아비"



머리와 심장이 텅 빈
생각 없는 허수아비



지난달 11일 데이식스의 미니 6집 'The Book of Us : The Demon'이 발매됐다.

앨범 소개에 따르면 타이틀곡 'Zombie'는 사랑의 균형을 방해하는 무언가로 인해 마주한 절망감을 그린 곡이다. 작곡에는 Jae(제이)가, 작사에는 Young K와 원필이 참여했다.

곡 제목처럼 뮤직비디오에서는 좀비의 형상을 한 사람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담겨있다. 넋이 나간 얼굴로 일어나 사람들 틈을 헤집고 출근해 일하는 과정까지. 그의 모습은 마치 이성이 마비된 좀비처럼 초췌하다. 사랑을 잃어버리고 난 다음 날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태는 단지 사랑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일상이, 자아가,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서 이 곡의 가사를 공감할 수 있다. 이는 곧 데이식스의 'Zombie'가 내포하는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I became a zombie / 난 또 걸어 정처 없이 / 내일도 다를 것 없이 / 그저 잠에 들기만을 기다리며 살아"

'Zombie' 속 화자는 퓨즈가 나가버린 상태로 일상을 살아간다. 다를 것 없는 내일을 마주하며 '어떻게 견뎌야 할까'라고 스스로 되묻는 사람이다. 그러나 던져버린 질문의 답은 쉽게 내릴 수 없다.

화자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앞에 자꾸만 무너진다. 아침이 오면 잠드는 좀비처럼 '그저 잠에 들기만을 기다리며' 사는 것은 곧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다를 것 없는 내일을 견디고 견디다 보면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다. 'Zombie'는 존재 자체로 긴 밤을 지새우며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때문에 데이식스의 음악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번 앨범으로 하여금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잠들 수 있다. 아쉽게도 이번 활동은 무대에서 만나보지 못했지만,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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