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총 4관왕을 품에 안은 작품이다.
'기생충' 주인공 기우(최우식 분)는 친구 명문대생 민혁(박서준 분)의 권유로 연교(조여정 분)의 집에서 과외를 하게 된다. 학력까지 위조하고 으리으리한 저택에 도착한 기우는 전원 백수인 가족들의 생계를 마련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다.
영화는 두 개의 집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소독차 연기가 창문을 통해 그대로 들어오고, 취객이 가까운 곳에 오줌을 누는 기우네 집. 그리고 계단을 오르고 오르면 넓은 정원이 있는 박사장 동익(이선균 분)과 연교의 집이다.
피자 박스를 접으며 생계를 연명하던 기우네 가족의 놀라운 계획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바로 기우네 가족 전원이 박사장인 동익(이선균 분)과 연교의 집에 들어사는 것. 그렇게 그들은 과외 선생부터 가정부, 운전사까지 박사장의 집안을 돌아가게 만드는 톱니바퀴로 기생하는 삶을 택한다.
그러나 전 가정부인 문광(이정은 분)이 빗물에 흠뻑 젖은 채 초인종을 누르는 순간,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로 뒤바뀐다. 이때 지하실로 향하는 문광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킹은 관객을 새로운 세계로 떠민다. 그리고 우리는 이 저택을 둘러싼 또 다른 비밀을 마주한다. 바로 이들의 곁에 기생하는 또 다른 가족이 있다는 것.
그들은 쉽게 서로의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으리으리한 저택에 숨겨진 지하실 속에서 서로의 밥그릇을 뺏기 위해 몸싸움도 서슴치 않는다. 그렇게 박사장의 집에는 세 가족이 함께 살게 된다. 마치 연교가 만든 '짜파구리' 속 이상한 조합처럼 말이다.
영화 '기생충'
그러나 저택에 기생하는 이들의 행복이 언제까지나 영원할 수는 없다. 폭우가 내리던 밤, 높다란 저택에서부터 내려와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기우네 가족의 뒷모습은 너무도 처량하다. 그들이 집으로 도착하기까지 장면은 끊임없이 바뀐다. 계단을 아무리 내려가도 기우네 반지하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반지하가 겨우 모습을 드러냈을 땐, 이미 폭우 속에 잠긴 이후다.
누군가는 빗물에 젖지 않는 장난감 텐트를 아들에게 선물하는 사이, 누군가는 진짜 자신의 집이 젖어가는 모습을 황망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봉준호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세계의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이때 기우의 아버지인 기택(송강호 분)의 말은 가슴을 더욱 파고든다.
"너,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무계획이야. 무계획."
그래서 기우가 만든 이 계획은 어떻게 결말을 맺었나. 영영 지하실 속에 갇혀버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하는 기우.그러는 사이 기우 또한 여전히 반지하에 머무르고 있다. 깊고 깊은 지하실에서 아버지가 걸어 나오는 장면은 그렇게 상상으로 그친다. 그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는 먼 훗날의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끝나버린다는 점에서 무섭도록 현실적이다.으리으리한 저택을 내 집처럼 갖게 되는 날이 과연 기우에게 올 수 있을까. 그저 우리는 기우가 남긴 마지막 말을 가만히 곱씹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