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맹오프 Jan 18. 2022

코로나 3년 차,
BTL 기획자가 느끼는 변화 3가지

이벤트 기획자 / 행사 기획자 / 오프라인 마케터


코로나 3년 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이동', 온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초반에는 디지털 트랜지션이라는 거대한 개념을 내세우며 대단한 일처럼 들렸습니다. 실제로도 대단했구요. 그렇지만 이런 변화들을 너무 많이 접해서 일까요? 이제는 오프라인 사업을 접었다던지, 온라인 사업을 피벗(Pivot)했다던지 들리는 얘기들이 별로 놀랍지 않습니다. 


오히려 온라인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이 시국에, 오프라인에 투자하는 브랜드들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대형 브랜드들이요. BTL 기획자로서 오프라인 산업에 시선을 두고 있다 보니 코로나로 인해 변화를 느끼고 있는 3가지를 두서없이 적어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숫자보다 시간이 중요」해졌습니다.


이제는 어딜 가나 공간 면적당 인원 제한이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어도 정해진 인원만 들어갈 수 있게 된 거죠. 그래서일까요? 이제 브랜드들은 방문객의 숫자보다 머무르는 시간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했던 오프라인 매장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있습니다. 매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소비재에서 경험재로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죠. 언뜻 공간 자체를 콘텐츠화를 시켜 하나의 미디어로써 활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아더에러의 아더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의 솟솟618, 솟솟리버스, 코오롱스포츠 한남],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성수설화수의 집], [오뚜기의 롤리폴리꼬또] 등 패션, 뷰티, 푸드 할 것 없이 대형 브랜드들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편의성과 가성비에 맞춰 쇼핑에 집중했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오감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 함으로써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일들을 만들어내는 중이지요. 


다들 이름만 들어도 모를 수가 없는 브랜드지만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가는 순간 "어? 내가 알던 그 브랜드가 맞아?"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시게 될 겁니다. 온라인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을 새롭게 탐구하고 체험하는 시간을 통해 은연중 브랜드의 진심을 알게 되죠. 그래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나오는 순간 왠지 모르게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말하진 못하더라도 '좋다'라는 1차원적인 감각만으로도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이 된 거죠.

   

이런 공간이, 고객들을 단순히 '소비자'로 두지 않고 '팬'으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 구글과 메타(구 페이스북), 무신사, 번개장터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두었던 기업들이, 반대로 오프라인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사안인 거 같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브랜드들이 공간을 통해 고객들의 시간을 붙잡을 수 있을까요?    



두 번째는 전시와 공연의 활성화입니다.


최근 그라운드시소에서 진행한 <요시고 사진전> 관람객 수 8만 명

얼마 전 피크닉에서 종료된 <매거진 B 10주년>  매회 매진

연말 코엑스에서 진행되었던 <서울 일러스트 페어> 방문객 수 3만 5천명

.

.

.

<스트릿 우먼 파이터> 전국 투어 콘서트 매진

<놀면 뭐하니? 도토페> 70분 간 접속자 300만 돌파

<내일은 국민 가수> 전국 투어 콘서트 매진 


21년 상반기만 해도 모든 전시와 공연의 예매는 보러 가는 당일에도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이었지만 위드 코로나를 경험해서일까요? 입소문을 탄 전시와 공연들은 예매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고 평일에 방문해도 길게 늘어진 줄을 서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온라인에서의 정적인 체험이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간감과 생동감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동안 코로나를 조심하며 외출을 자제하게 되고, 유튜브와 SNS를 통해 시청 위주의 콘텐츠로만 소비를 하다 보니 새로운 자극에 갈증을 느끼던 찰나였습니다.

 

주변 지인들 중에 본인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비대면 팬미팅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서 편한 복장으로 화면을 마주 보고 있자니 "뭐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는 뜻밖의 후기(?)를 듣게 되었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몇 날 며칠을 보냈던 한 명의 팬으로서, 유튜브와 브이 앱 그리고 위버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는 그 기대감을 채우는 데는 어려움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코로나 초기에는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비대면 방식을 환영했습니다. 오히려 국경을 넘어 글로벌 팬들까지 참관할 수 있었으니 더 좋은 게 아닌가 싶었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오프라인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화려한 CG를 통한 연출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3년 차가 되어가는 지금은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더라도 노트북과 TV 화면 너머로 보이는 행사는 '생방송' 그 이상도 이하도 느끼기 어렵다는 말에 왠지 모를 공감이 되었습니다. 

  

앞선 사례들로 비추어 보아 이미 전시장과 공연장을 경험을 해본 고객들에게는 비대면 방식은 일시적인 방법일 뿐 대체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더군다나 21년 연말에는 전국민적으로 쇼미 더 머니와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에 열광한 것이 전시와 공연의 활성화가 되는데 기폭제가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전국 콘서트를 진행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또한 *매진이었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예전만큼 소리를 지르며 놀 수 없지만 *소지말박으로 대동 단결한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인이 놀면 이렇게 잘 논다는 면모를 보여주어 기대감을 갖게 하였습니다.

   

그간 취소되거나 축소되었던 페스티벌과 공연 그리고 전시들이 3월~7월 사이에 많이 예정되어있습니다. 

무려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까지도요. 전시와 공연을 보고 후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가던 길, 그날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공유하던 추억까지, 올해는 많이 부분이 회복되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코로나 방역지침이 격상됨에 따라 쇼미 더 머니 대구는 취소, 스우파 인천은 축소 진행되었습니다


*소리 지르지 말고 박수쳐로 2021 K POP 순천 콘서트에서 비투비 서은광이 무대 위에서 

 비대면 공연 중 소리 질러~!라고 실수로 말할 뻔해 임기응변한 것이 밈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치의 하락입니다.


미팅을 다니다 보면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잘 알려진 구찌, 나이키와 같은 메가 브랜드들의 성공사례를 나열하면서 말이죠.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요즘 핫하잖아요", "저희도 해볼까 고민 중입니다"라는 식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성공 사례들이 '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분석하지 않고,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신선함에 혹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사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브랜드의 방향성이나 타깃의 FIT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트렌드만 쫓을 경우 나타나는 위험한 신호죠. 그럴 때 저의 대답은 제작 기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신중하게 판단하실 필요가 있다는 일종의 선을 제공해드리는 셈이죠.  

   

저는 회사에서 기회가 되어 메타버스 TF팀으로 2개월 정도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외 메타버스에 플랫폼 조사를 진행했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태계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꽤나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쉽게 말씀드리면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과 <크리에이터> 2가지로 구분됩니다.


메타버스 공간을 통제하고 소스를 창작할 수 있는 건 해당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뿐입니다. 

그리고 유저들에게 제공되는 기능만으로 메타버스 공간을 수준급으로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전문가급의 크리에이터들은 플랫폼 기업이 이미 영입하여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즉, 브랜디드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기본 제공되는 기능 이외 소스를 창작하여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만이 제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추후 많은 부분의 권한을 오픈할 계획이 있다곤 하였으나 브랜드들의 상업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플랫폼 기업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시 플랫폼 기업과 미팅을 통해 진행했던 사례를 기반으로 견적과 제작기간을 문의했는데요. 

1건당 적게는 5,000만 원에서 억 단위를 호가하며, 제작기간도 최소 2달-3달을 소요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성공사례들은 몇 억 단위의 비용과 수개월간의 제작기간이 투여된 결과물입니다. 고비용에 장기간을 투자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자 가장 어려운 허들이기도 하죠.


21년 하반기부터는 메타버스를 요청하는 기업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실 저는 하반기 들어 한 번도 문의하시는 기업을 만나보진 못했습니다. 이젠 기업에서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직접 사용해보기도 하고 추가로 진행된 일반적인 사례를 보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제작 비용이나 기간도 만만치 않구요.


실제로 국내 플랫폼만 사용해보더라도, 현재로선 할 수 있는 행위들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아바타들의 자유도도 제한적이며, 영상 서비스는 화면의 크기와 화질이 기존의 다른 플랫폼보다 아쉬운 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메타버스 세계보다 작게라도 오프라인 행사를 활발히 준비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유튜브나 기사를 통해서도 조금 더 기다려 보아야 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이 나왔었습니다. "지금 흔히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플랫폼들이 정말 메타버스인가?", "그냥 가상공간에 화상 미팅하는 거 아니냐", "RPG 게임에서 퀄리티만 높아진 거 아니냐"는 등 메타버스라의 개념은 환영하지만 아직 기술의 진보가 필요하며, 컴퓨터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들의 움직임에 따라 가상공간이 구현되어야 한다는 입장들이었습니다. 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구글과 메타(구 페이스북)가 실현하고자 하는 방향이기도 하구요. 

   

지금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글로벌 10대 팬들을 대상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점도 분명합니다. 메타버스는 하나의 개념이자 Tool(수단) 일뿐이지 해결책 그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요.




사람들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대면과 비대면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새로운 관점으로의 해석과 접근이 등장하겠죠.


앞으로도 BTL 기획자로서 변화에 대해 유심히 관찰하고 꾸준히 기록해나가겠습니다.



3줄 요약


BTL 기획자로서 바라본 시선은 이렇습니다.

1. 브랜드들은 이제 판매를 위한 방문자 수보다 브랜드 경험을 위한 공간에서 오래 머물기를 원합니다.

2. 온라인의 정적인 경험을 벗어나 현장감 넘치는 전시와 공연 문화의 활성화가 시작되었습니다. 

3. 높은 단가와 긴 제작기간, 플랫폼에 대한 기술적 한계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 기대감이 떨어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