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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민 Jun 09. 2020

세대 간의 벽을 넘어 소통의 장으로

** 본 칼럼은 SK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 와글와글 인생글에서 제작한 칼럼임을 밝힙니다.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대한민국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년기는 제2의 인생의 시작이라 불린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간 불통과 갈등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40%의 노인들은 세대 간 소통이 어렵다고 주장하였으며, 50% 이상이 청장년과의 불통을 호소하였다. 게다가 청장년의 90%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며 세대간 소통의 어려움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세대 간의 갈등과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파악하고자 서울 성북구에 살고 계시는 송학수(가명) 할아버지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본 인터뷰에 등장하는 송학수 씨는 가상의 인물임을 밝힙니다)


Q. 안녕하세요 어르신,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올해로 여든 살 먹은 송학수입니다. 원래 전라남도 담양 출신인데 정기적으로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니려고 몇 달 전부터 서울에 사는 아들 부부, 그리고 스무 살 손자와 함께 살고 있어요. 


Q. 반갑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아들 부부와 함께 서울에서 지내신지 몇 달 안됐다고 하는 데 불편한 점은 없으세요?

A. 아들과 며느리야 맞벌이라서 아침 일찍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니까 딱히 마주칠 일도 없고 그럭저럭 지낼만 해. 그런데 손자는 조금 어려워. 어릴 적부터 자주 보지 못하고 항상 멀리 떨어져 지내다가 갑자기 이 할배랑 한 방에서 같이 지내려고 하니까 자기도 힘들겠지. 미안한 마음에 집에 친구들 불러서 놀아도 된다고 했지만 손자가 성질을 내면서 ‘틀딱’이라고 하더군. 가끔 중얼거리는 걸 듣긴 했는데 생소한 단어라서 넘기다가 언젠가 핸드폰으로 뜻을 검색해봤어. 너무 충격적이더라고. 어른 공경할 줄 모르고 인터넷에서 이상한 말이나 배우는 손자녀석도 혼내고 아들 내외한테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냐며 말해봤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어. “아직 어리니까 그럴 수도 있다”, “분란 만들지 말라”며 차갑게 반응하더라니까.


Q. 많이 속상하셨겠어요.

A. 당연하지. 어쩌다가 이렇게 젊은 애들이랑 대화 한번 하기 힘들어졌는지 모르겠어. 요새 워낙 삶이 퍽퍽하고 청년들이 일자리는 구하기 힘든데 노인 부양 부담이 커진다고 뉴스에서 떠들잖아.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젊은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먼저 인생을 살아본 입장에서 한마디씩 건네곤 하는데 이를 노인네들의 잔소리로만 취급하니까 서러울 뿐이야.


Q. 이번 일을 계기로 손자나 아들 내외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셨나요?

A. 우리도 나름 바뀌려고 노력하는데 여태 살아온 세월이 있으니 그게 쉽지가 않네. 예를 들어, 나 어렸을 때만 해도 집안 어르신이 말씀하는데 대들거나 토를 달 수도 없었어. 그걸 아무도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았단 말이야. 근데 요즘은 그러면 안된다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친구녀석이 그러더군. 순간 머리를 띵 맞은 기분이었어. 언젠가부터 자식들이 집에 내려오길 꺼리고 손자, 손녀들이 내 곁에 오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겠더라고. 내 의도가 어찌 됐든 잔소리만 하는 할애비를 누가 좋아하겠어. 쉽진 않겠지만 입은 닫고 귀를 열면서 태도를 조금씩 바꿔 보려고 해. 젊은 친구들도 내 노력을 이해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Q. 앞으로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요새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어. 처음에는 시간도 보내고 동네 할아버지들을 만날까 싶어서 시작했는데 점점 흥미가 생기더라고. 특히 한글을 잘 못 읽는 유치원생들을 데리고 동화책을 읽어주면 손주 어릴 적 모습이 떠올라. 멀리 살아서 자주 보지 못하고 당시에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운 마음에 더욱 열심히 읽어주곤 해. 그리고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나이를 먹더라도 누군가에게 아직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좀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된 거 같아 기분이 좋아.



청년들이 노인 세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앞서 명시된 통계자료로도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노인에 대한 혐오는 왜 발생하며 앞으로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2018년도 1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따르면 청년들이 노인과 관계를 맺을 기회가 부족하고, 미디어에서 노인과 관련된 부정적 사례를 자주 접하기 때문에 노인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고해졌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빠른 사회∙문화∙경제 발전속도에 의하여 세대 간의 경험과 격차가 심화됐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노인 혐오 문제의 해결책으로 우선 미디어에서 노인을 풀어내는 방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예를 들어 노인을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존재로 묘사하기보단, 이들도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노인을 주제로 하는 문화 콘텐츠는 노년층의 입장을 이해하고 노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환기시켜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시오’, ‘눈이 부시게’ 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노인의 삶과 생각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가부장적 문화의 변화 역시 세대 갈등을 해소하고 노인 혐오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대와 40대 여성은 노인 남성을 ‘노년에 이르러서도 자신을 돌볼 줄 모르고, 질병과 죽음에 대항하는 노력조차 여성에게 떠맡기는 남성’으로 판단하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소의 김영옥 대표는 “이들은 발전주의와 국가주의, 남성중심주의 속에 평생을 살아온 노인들의 태도를 못 견뎌 한 것"이라며 "결국 이들이 보인 노인 혐오는 노인 개개인보단 가부장제를 향한 저항의 성격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인식 변화이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모습이 결국에는 청년층 자신들의 미래 모습이며 노인들이 자신들을 길러낸 선배세대로 인식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노인층도 빠르게 바뀌는 사회의 흐름이 발 맞춰 제 생각만을 고집하고 권위를 내세우기보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는 타인을 존중하고 더욱 민감한 인권 감수성을 지닌 체 혐오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스갯소리처럼 쉽게 사용하는 말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작은 실천일지라도 이것들이 하나로 모이면 우리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 힘의 주인공은 바로 노인층, 청장년층도 아닌 ‘우리 모두’이다.


<SK 대학생 자원봉사단 SUNNY  콘텐츠 인식 개선도 조사 설문지>

https://forms.gle/KVCsh6hVKZeWVYr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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