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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민 May 19. 2020

노인 인구의 증가, 청년들의 부담으로 이어질까?

SK 대학생봉사단 SUNNY '와글와글 인생글' 페르소나 인터뷰

**  SK 대학생봉사단 SUNNY 와글와글 인생글 팀에서 제작한 칼럼임을 밝힙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할수록, 우리의 부담감은 점점 커진다”고 젊은 세대는 말한다. 노인복지정책의 확대가 청년들의 세금부담, 혹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노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 이에 반비례하여 젊은 세대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은 노인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복지 확대로 청년층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청년 응답률은 77.8%에 달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생각과 달리 우리 사회의 많은 노인은 여전히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으며, 빈곤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노인복지정책의 확대가 노인들의 실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강원도 춘천시에 살고 계시는 김명숙 할머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본 인터뷰에 등장하는 김명숙 씨는 가상 인물임을 밝힙니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올해 여든다섯이 된 김명숙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어르신의 가족 관계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슬하에 자식이 3명 있어요. 아들 둘에 딸 하나. 그런데 자식 셋 다 형편이 어려워서 나까지 먹여 살릴 여력이 안 돼요. 남편과는 이혼만 안 했을 뿐이지 남이나 마찬가지죠. 별거한 지가 벌써 10년이 넘어서, 지금은 그이가 어디 살고 있는지도 몰라요.


평탄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오셨을 것 같아요. 어르신이 살아오신 삶에 관해서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난 가난한 집 첫째로 태어나, 전쟁까지 겪으며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일찍 시집을 갔어요. 자식을 키우려고 식당, 방앗간, 막노동까지 안 해본 일들이 없지요. 오죽하면 동네 아줌마들이 나보고 ‘독한 여자’라면서 수군거리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나는 독하게 살아야만 했어요. 내가 우리 집 가장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매일 애들 돌보랴, 일하느라 정신없이 살았지만, 남편이란 양반은 그저 술 먹고 노름하러 다니기 바쁜 사람이었어요. 자식들 굶기지 않으려고 평생 일만 하다가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혼자가 되었네요.


노인으로서 혼자 살아가시기에 어렵다고 느끼실 때가 많으셨 것 같아요. 어떨 때 가장 힘들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예나 지금이나 ‘가난하게 사는 것’이 제일 힘들어요. 밥 제때 못 먹는 것만큼 서러운 일도 없어요. 기초생활수급비 받으면서 겨우겨우 하루를 살아요. 그런데 집세 내고 전기세, 수도세까지 내면 남는 돈으로 생활하기가 빠듯해요. 요즘에는 밤에 자려고 누우면, ‘또 힘든 하루가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옛날 우리 엄마가 내 나이 때 “늙으면 죽어야지…” 하고 매일 밤 한탄하셨는데, 이제 나도 그 말이 이해돼서 씁쓸할 때가 많아요.


기초생활수급비를 제외한 다른 복지혜택은 받지 못하고 계신 건가요?

한 20년 전이던가?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국가에서 보험 같은 걸 하나를 만들었어요. 매달 국가에 돈을 꾸준히 붓고 나면 늙어서 돌려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 말씀이시죠?

맞아요. 국민연금. 난 그게 있는 줄로 몰랐어요… 나이가 많아서 가입이 안된다나 뭐라나. 기초연금이라도 넉넉하게 받으면 사정이 좀 나아질 것 같지만, 나 같이 국가한테 돈 받고 사는 사람은 기초연금도 소득으로 잡혀서 계산되니 사실상 혜택을 받기가 힘들지요.

요새는 움직이기 힘들고 아픈 노인들 지원해주려고 국가에서 만든 보험… 그거 지원받고 싶어 하는 할머니들이 내 주위에 많아요.


(*기초연금은 노후 보장과 복지 향상을 위해 65세 이상을 위해65세 이상의 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70% 어르신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2008년 1월부터 시행해 온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대폭 개정하여 2014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원받고 싶어 하는 노인분들이 주위에 많이 계신다는 것인가요?

예. 옆집 할머니가 거동이 어려워져서 장기요양보험인지 하는 거에 등급 판정 신청을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요양등급 수급자가 되려면 기준이 까다롭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등급 인정을 못 받은 노인들은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으니,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곧 신청하려고 하는데 혹시라도 잘 안될까 봐 걱정도 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이은 제5의 사회보험으로 불리는 사회보장제도이다. 만 65세 이상의 노인 중,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한다.)


어르신 주변에도 노인복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거나, 가난으로 인해 힘들어하시는 노인분들이 많이 계시나요?

그렇죠. 우리 동네 경로당에는 나처럼 자식에게 부양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아요. 그렇다고 국가복지혜택 받으면서 잘 살고 있는 노인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결국 우리가 알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노인들은 일하고 싶어도 써주는 곳이 거의 없지요. 다들 젊은 사람들 쓰고 싶어 하지, 누가 노인들 돈 주고 일 시키고 싶겠습니까… 더군다나 우리 같이 늙은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아픈 곳이 늘어나요. 그런데 옆에서 돌봐 주는 사람도 없고 돈도 없으니, 아파도 그냥 참고 사는 노인네들이 많아요.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드리고 싶어요. 요즘 노인복지정책이 확대되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런 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이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편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죠. 가족들을 위해 평생 희생하면서 살았는데, 늙어서는 나처럼 혼자 외롭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이 있어요. 또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 일자리 뺏는다고 싫어한다는데, 일이라도 안 하면 당장 밥 한 끼 먹기도 힘든 노인들이 많다는 것도 이해해줬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에요.


 6평 남짓한 작은 방에 홀로 살고 있는 김명숙 씨는 매일 아픈 몸을 이끌고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김명숙 씨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바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명숙 씨를 포함한 대다수의 노인에게 그런 삶은 버겁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으로 45.7%이다. OECD 국가 평균인 12.9% 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한, 노인 단독가구 빈곤율은 76.2%에 이른다. (OECD 한국경제보고서, 2018)

연령별 상대적 빈곤률(OECD 한국경제보고서, 2018)

 2020년 기준, 노인복지 예산은 총 16조 5,887억 원으로 보건복지부 사회복지 예산의 23.8%에 달한다. 그만큼 노인복지 예산은 국가복지 예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고령화의 영향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요양시설, 노인돌봄서비스 등의 노인돌봄에 관한 예산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노인돌봄예산(보건복지부,2019)

 그러나, 앞서 김명숙 씨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는 까다로운 기준이나 절차로 인해 노인복지정책의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 청년들은 노인복지정책 확대가 청년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거의 비정규직 혹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결국 사회에서 가장 노후가 불안정한 사람들이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은 결국 모두 ‘노인’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때로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노인들이 곧 우리의 미래라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에서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노인복지의 확대는 우리가 50년 후에 누릴 복지를 보장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노인에 대한 편견, 따가운 시선이 아닌 상생과 보완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할 때이다.




<참고자료>

김영호, 「대한민국 노인 빈곤율이 유난히 높은 이유는?」, 100 NEWS, 2020

서민준, 「복지 확대 빠른 고령화에 노인돌봄예산 내년 1.8 兆 3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한국경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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