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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긍정 May 12. 2024

페스티벌 후유증

LOVESOME Festival


한창 찬바람이 세차게 불던 2월 어느 날, 이 러브썸 페스티벌의 티켓을 예매했다.


연말에 성시경 콘서트 티켓팅을 대차게 말아먹은 후, 늘 공연에 목말라 있던 나였다. 다른 멋진 가수들의 콘서트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만 어긋났고 공연에 대한 나의 갈증은 더 심해져만 가고 있었다. 그렇게 인터파크 티켓 어플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던 어느 날, 러브썸 페스티벌이 올라왔다.


2024 러브썸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최강이었다. 토, 일 전부 다 가고 싶었지만 이틀 연속 자유부인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힘든 고민 끝에 토요일로 예매를 했다. 종이 티켓이 발송될 예정이었고, 훗날 이 종이 티켓으로 인해 나는 빌런이 된다.



당일의 날씨는 비를 몰고 다니는 나에게는 몇 없는, 페스티벌에 걸맞은 아주 쾌청한 날씨였다. 놀러 간다는 기분이 물씬 났다. 친구와 만나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공연장에 어떤 음식들이 있는지 찾아보며 먼저 배부터 채우고 맥주를 사서 공연을 보자며 신나게 계획을 짜고 있던 중 나는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악!!" 티켓. 티켓을 안 가져왔다. 이미 올림픽공원까지 절반에 가까운 거리를 지나오고 있던 즈음이었다. 일단 하차 후, yes24에 문의를 해 보니 실물 티켓이 없이는 입장이 불가하다는 말에, 우리는 다시 동네로 돌아왔고, 남편이 역까지 표를 들고 와 줘서 겨우 티켓을 챙겨 2시간이라는 여정 끝에 올림픽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짜증 한 번 없던 착한 친구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페스티벌에 빠질 수 없는 건 음악과 술 아니겠는가. 거기에 맛있는 음식까지 더하면 금상첨화. 이날 맥주를 대체 몇 잔을 마셨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가 않는다.


러브썸 페스티벌은 88 잔디마당과 KSPO DOME 두 곳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잔디마당으로 향했고, 입장할 때 Ayumu Imazu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정말 아무런 준비도 없이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고작 작은 돗자리만 겨우 하나 챙겨 온 것이다. 이런 페스티벌에 너무나도 오랜만에 오는지라 신나는 마음 그거 하나 달랑 들고 와 버렸다. 따가운 뙤약볕 아래 선글라스도, 모자도, 양산도 그리고 선크림도 없었다. 더위를 차가운 맥주 한 잔에 의지하며 조금 늦게 온 만큼 두배로 페스티벌을 즐겼다. 공연 외에도 플리마켓, 여러 브랜드에서 팝업이 열려 추첨을 통해 경품을 받아 볼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가 있었다.

 

우리는 정세운, 하현상, 멜로망스, 10센치까지 쭉 잔디마당에서 공연을 즐겼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가수들의 라이브. '그래, 이 맛에 공연 보러 다니는 거지.' 싶었다. 이 기분은 10년 전, 청춘이었던 그 시절로 나를 이끌었다.


밤까지 이어지는 공연. 잔디공연의 피날레는 십센치였다. 내가 이날 꼭 들었으면 했던 곡 1위가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였다. 이 곡의 전주가 흘러나옴으로써 오늘 내 할 일을 다 마친 기분이 들었다. 10시간이 흘렀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하루였다. 10분, 10초같이 흘러간 10시간. 아는 곡은 아는 곡대로, 모르는 곡은 모르는 곡대로 즐기지 아니할 수가 없는 공연이었다.


2주가 지난 지금, 글을 써 내려가면서도 이날의 하루가 아쉽기만 하다.





이렇게 시작된 페스티벌 후유증. 뭘 해도 충족이 되지 않는 한 주.

다음 날 바로 다른 페스티벌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마스크도 쓰지 않는 요즘, 이 좋은 날 개최되는 페스티벌은 정말 많았다.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 어떤 곳을 가야 할지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6월 어느 날 또 한 개의 페스티벌을 예매해 두었고, 그 덕에 이 지독한 후유증에서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다음 페스티벌에서는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더 신나게 즐기고 오겠다는 다짐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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