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긍정 Jun 14. 2024

기다림의 미학

기다린다는 것은


사실 나는 성격이 매우 급하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일까, 집안 내력이라서일까, 시간은 금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사는 탓에서 일까. 성격이 급한 탓에 시간에 쫓기게 될 때면 마음이 조급해져 속에서 부글부글 분노가 끓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이런 나의 모습에 치가 떨려 조금 느긋하게 살아 보자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 이 다짐을 한지는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왜 진작 이렇게 여유롭게 살지 못했나 나는 대체 왜 고작 1~2분에 전전긍긍하며 살았나 싶을 정도로 요즘의 삶에 만족한다.




나는 경기도민이다. 최근 광역버스의 입석금지로 출근길이 험난해졌다. 올 3월부터 갑자기 바뀐 정책인데, 처음에는 정말이지 화가 많이도 치밀었다. 속으로 욕을 많이도 내뱉었다. 정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일찍 나와서 기다리는 수밖에. 느긋하게 살자는 다짐을 하고나서부터는 신기하게도 버스들이 만석으로 지나가도 화가 나지 않는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싶다. 내일은 조금 더 일찍 나와 볼까? 내일은 금요일이니 사람이 조금 더 적을 거야. 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내 필명에 맞게 한 뼘 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다음 버스를 기다려 본다.


퇴근 10분 전, 나는 야근이 웬만해서는 없는 편이다. 거의 정시 칼퇴를 하는 편인데, 퇴근 10분 전은 왜 그렇게도 시간이 안 가는지 모르겠다. 눈 코 뜰세 없이 바쁠 때를 제외하고 퇴근 10분 전에는 이미 일을 마무리하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10분은 참 억겁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성격이 급한 것과는 무관한 것 같다. 회사를 다니는 누구나 느끼는 기분이지 않을까?


아들을 만나기 전, 워킹맘인 나는 하루종일 떨어져 있던 아들과 만나기 직전이 너무 설렌다. 학원으로 데리러 갈 때, 집에 있는 아들을 만나러 갈 때, 그곳이 어디든 아들을 만나기 전의 시간은 두근두근 설렌다. 오늘은 또 저녁을 뭐 해 먹이나, 자기 전까지 뭐 하고 놀아 주나 싶기도 하지만 일단 아들을 만나러 가는 그 길의 발걸음은 너무나도 가볍다.




기다림이란... 상황에 따라 대상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마음의 여유를 챙긴 요즘의 나는 기다리는 시간들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지만, 여유를 조금만 가지고 살아 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여유로움이 주는 행복이 있다. 내가 요즘 느끼는 행복이 딱 그렇다. 마음의 평화. 그 여유를 만들기 위해 조금씩만 부지런히 움직여 보는 것은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