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현 Apr 25. 2022

바빠요, 바빠

한 달 반만의 일상 이야기

한 달 반 만에 간병을 마치고 일상에 복귀했다. 오랜만에 첫 출근 같은 산뜻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사람들끼리 다닥다닥 붙어있는 지하철에 내 몸을 실으니 바로 적응이 됐다. 다양하게 생긴, 여러 냄새가 섞인 사람들이 하나같이 휴대폰을 보기 바빴다. 병원에 있는 동안 푸릇푸릇 자라나는 새싹들도 많아졌고, 사람들의 옷도 한층 얇아져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집에서 여유를 부렸다

혜화역 4번 출구에서 5분을 걸으니 회사 건물이 나왔다. 낯선 얼굴로 4층에서 내렸다. 사람들은 날 반갑게 맞이해줬다. 잘 지냈냐며, 코로나로 고생한 소식은 들었다며, 얼굴이 그전보다 좀 야윈 것 같다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얼굴을 보던 사이라 그런지, 그리 친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반갑게 느껴졌다. 그것도 잠시. 일의 무게를 온전히 쥐고 있던 팀장님이 등장하자 나를 진짜 반겨주는 건 다름이 아닌 쌓인 업무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반갑다 일아.




밀린 전화 업무만 해도 10통이 넘었다. 메일은 스팸메일로 수북했다. 학교 개학시즌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가 겹치면서 교육 요청은 작년 대비 급격히 늘어났다. 오늘만 해도 울산, 제주, 경북, 강릉. 전국 방방곡곡에서 문의 전화가 왔다. 작년 이맘때에는 대면교육이 심히 제한되던 때여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교육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그래서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 콘텐츠와 교육키트도 개발하고, 업계에서 뜻밖의 대박이 나기도 했었다.

하나의 제품이 나에게 오기까지 숨은 과정을 살펴보며 공정무역과 사회적 제품을 직접 경험해보는 교육키트다.

돌아와 보니 예전에 했던 일 그대로에, 관리해야 하는 일의 양이 2배 정도 늘었다. 오늘 안에 안될 것 같은 양이었는데, 하나씩 하니 술술 되더라. 한 달 반 동안 병원에 있다 나오니, 상대적으로 회사 일이 쉬웠다. 헷갈렸다. 쉬고 왔는데 나의 업무가 성장해 있다니. 7년 동안 일을 했는데 나의 성장이 이렇게 체감되었던 건 오늘에서야 처음 경험했다. 더딘 것만 같았던 나도 높은 계단 하나를 뛰어 오른 느낌이었다.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간 고생한 나에게도, 엄마와 아빠, 언니에게도. 선물에 큰돈을 쓸 순 없어 작지만 기분전환이 되는 걸 고민했다. 카카오톡을 켜고 이모티콘 쇼핑을 했다. 하고 싶은 말을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에 빙의하듯 무심히 던지는 이모티콘. 기분전환엔 딱이었다. 아주 굿초이스였다!

기분전환엔 카카오톡 이모티콘 선물하기를 추천한다.

오는 길에 병원에 들러 엄마, 아빠의 얼굴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간병 3일 차만에 서로 티격태격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엄마, 아빠의 귀여운 싸움이라 난 좋았다. 그래도 결론만큼은 서로의 이마에 어색한 입맞춤을 하며, 빨리 나아서 퇴원하자는 얘기로 마쳤다. 일상으로의 복귀가 좋기도 하지만, 병원생활이 길어지는 아빠와 그 곁에서 고생할 엄마를 생각하면 미안하다. 빨리 모든 상황이 예전처럼 나아져서 더 이상 미안하지 않은 이기적인 삶을 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암환자의 가족이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