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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May 28. 2022

30년 뒤요? 제가 더 예뻐져있겠죠

교육하는 삶에 대한 내 생각

비영리단체에서 교육기획 활동을 하기 시작한 지 3년 차. 코로나가 있었던 지난 2년 동안 강의를 쉬다가, 최근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시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 교육장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어떤 때는 내 강의가 너무 맘에 들고 만족스러울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후회만 남아 시간을 되돌리고 싶기도 하다. 나는 앞으로 어떤 교육을 만들어야 할까.


재미있는 시간?

최근에는 “재미”를 가지고 고민이 많았다. ‘지속가능경제’나 ‘공정무역’의 가치를 교육을 통해 알리려면, 이 콘텐츠가 재미있고 즐거워야 하는데 실제 내용은 재미와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주제를 어떻게 재미있게 포장해야 할까. 정성스레 준비한 PPT를 잘 보지 않는 친구들, 듣는 게 지루한 친구들에게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한 교구를 제작하게 됐다.


게임으로 ‘지속가능경제’를 해치는 요소들, 실천하는 요소들을 살펴보고, 이론교육에서 배운 가치를 퀴즈를 통해 맞추는 게임으로 구성했다. 교육에 참여한 친구들은 보드게임에 열정이었다. 내가 마이크를 들고 서서 이것저것 설명할 때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이해하려고 하고, 생각하려고 했다. 결국엔 배운 내용을 거의 다 맞추기까지 했다. 내가 그들의 흥미와 관심에만 불을 지펴준다면, 그 이후는 친구들의 몫이지 않을까?


나다운 시간!

돌이켜보면 나는 교육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어떤 교육이 좋은 교육인지, 나쁜 교육인지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교육을 진행할 때 나만의 원칙을 세운다면, 교육에 참여하는 시간만큼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나답게’ 교육에 참여하도록 하는 거다. 그래서 매일 하는 활동이 있는데, 이름(또는 별명)과 나를 표현하는 3가지 이모티콘을 그려보는 활동이다.


“내가 뭘 좋아하지”, “나하면 뭐가 떠오르지”, “내가 잘하는 건 뭐지” 이 질문으로 나라는 사람을 돌이켜볼 수 있는 교육이었다면, 그 교육은 내 기준에서는 성공한 교육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교과과정과는 별개로, 내가 하는 교육은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가치에 대한 전달이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 너무 좋아요!

제천에서의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기차 안. 함께한 친구들의 소감을 하나하나 읽어본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을 세상에 실컷 보여주고 댓글을 읽을 때 이런 느낌일까. 달달한 얘기, 쓴 얘기가 고루 섞여있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내(선생님이)가 좋았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내가 만난 선생님들은 모두 좋지만은 않았다. 단 10분을 만나도 어쭙잖은 얘기를 하는 이들이 있었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선생님도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친구들에게 적어도 나쁨이 아니라 ‘좋은 선생님’이 되었다는 사실에, 오늘도 난 안도감을 느낀다.



30년 뒤에 우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30년 뒤요?
아마 저는 지금보다 엄청 이쁘겠죠?
난리나겠죠? 큰일나게쬬!!!!!??
(머리카락을 휙 하고 날린다)

성장의 한계를 배우고, “30년 뒤에 우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질문을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자기가 지금보다 훨씬 이뻐져 있을 것”이라는 말. 웃겼지만, 진짜 그럴 것 같았다. 뿌리가 아주 깊은 한 생명에게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 같았다. 내가 만나는 모든 친구들이 이 친구처럼 자신을 사랑하고, 예뻐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소중한 가치를 배우는 일은 그만큼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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