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와 우리의 이야기"
2021 칭다오 청소년 문학의 밤 : "너와 나와 우리의 이야기"
도서관 시즌 3의 주제는 “다름 아닌 독서의 자유”, 칭다오 교민이라면 누구나 책을 읽을 자유를 누리라는 것이다. 시즌 3을 시작하며 청소년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쌤~ 책 추천해 주세요.”, “쌤~ 글은 어떻게 쓰는 거예요?”라고 묻는 청소년 독자들이 늘어났다. 청소년 북클럽 소란은 칭다오에 있는 청소년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살아가는지 알려주는 모임이기도 했다. ‘정체성’,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이방인’. 결국 청소년들은 ‘정체성’과 고된 싸움을 하다가 끝내 ‘이방인’으로 한국에 들어간다.
도서관 이전을 할 무렵 한인회에서 오랜 시간 청소년들을 담당했던 부회장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한인회에서 매년 개최하는 ‘청소년 예술제’에 ‘문학적인 요소’도 추가하는 것으로 협의했고,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대상을 받는 친구들이 ‘청소년 예술제’ 무대에 서는 걸로 이야기가 되었다.
코로나 19 시대 계획대로 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청소년 예술제’는 무기한 연기되고, 3개월 만에 행사를 기획 및 진행해야 했던 나는 ‘강행’을 결정했다. 규모를 줄이고, 영상을 송출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의 문학적인 재능을 확인하고, 책을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행사를 준비했다.
2021년 뜨거웠던 여름,
이방인의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자신의 결을 만들며 쓰고 또 썼다. 도서관에 와서 글을 쓰는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뜸을 들이고 가을에 맛있게 잘 지어진 밥과 같은 글을 나누며 우리는 울었고, 웃었다.
슬펐고, 기뻤다.
무엇보다 좋았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자신의 글을 낭독한 청소년들은 용기를 얻었고, 함께한 친구들은 도전을 받았으며, 교민들은 그동안 몰랐던 청소년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곳에는 이방인으로 살다가 끝내 이방인으로 고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있다. 제1회 칭다오 경향도서관 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너와 나와 우리의 이야기’라는 주제의 글에는 이방인의 나라에서 고되지만 명랑하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진솔하고 소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바다 건너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기꺼이 심사를 맡아주신 ‘최원석 작가님’과 ‘공가희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산문을 심사해 주신 ‘최원석 작가님’은 행사를 기획할 때부터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려고 생각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셨고, 심사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청소년들의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시고, 편지에 가까운 심사평을 써주셨다. 지금도 틈틈이 청소년들에게 ‘작가’라는 호칭을 써주시며 응원해 주시는 그 마음에 더 감사드린다.
언제나 도서관을 응원해 주시는 공가희 대표님은 출판계의 유재석이라고 부른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공가희 대표님을 보며 느끼지만 ‘열정’과 ‘진심’으로 누군가의 ‘첫’ 책까지 기획하시는 모습과 대표님의 저서 『어떤, 시집』(KONG)을 청소년들이 쉬이 읽는 모습을 보고, 시 부문 심사를 부탁드렸다.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시고 나서부터 오랫동안 놓으셨던 시를 보는 모습을 보면서 더 감사드렸다. 바쁜 일정 중에 진심 어린 심사평을 써주신 공가희 대표님께도 감사드린다.
무료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어서 책을 만드는 데 비용이 필요해서 달력과 에코백을 만들어서 책값을 포함한 금액으로 판매해서 책을 제작했다. 그림을 제공해주신 콩태 작가님과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해 주신 교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수상 작품집에는 청소년들이 제출한 원고와 인터뷰와 추가 원고를 실었다. 바쁜 학업 중에도 원고를 제출해 준 청소년 작가님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칭다오 경향도서관에서 출간하는 첫 책이 청소년들의 글이라 더 떨리는 마음으로 제작했다. 추천사를 써주신 칭다오 대원학교 국내부 부교장 한승희 선생님께도 감사드리고, 언제나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시는 도서관 운영위원들과 이번 행사에 찬조해 주셨던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청소년 작가들의 글을 통해 친구들은 공감하고, 어린이들은 동경하고, 교민들은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길 바란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소중한 가족들과 완전체로 행사에 동참하게 되길 소망한다.
2021. 12. 따뜻한 겨울 도서관에서
도서관 삼촌 박건희
프롤로그를 여러 번 수정했었다. 3개월 동안 기억의 왜곡이 생기진 않았나 점검하며 복기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수상작품집은 독립출판물로 출간했다. 2021년 9월 5일에 "내가 말하고 있잖아"라는 제목의 주제발표 시간에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진지한 고민을 나눌 수 있었고, 일주일 뒤 "제1회 칭다오 경향도서관 문학상 시상식"은 2시간 동안 낭독을 들으며 다독임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
어른들은 가늠하지 못하는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방인 청소년들을 보며, 가족과 장기간 떨어져 공허함을 느끼고 있는 나에게 '보람'이 찾아왔다. 단절, 우리는 단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드는 안도감은 사람을 얼마나 유치하면서도 든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던가요.
_박준, 『계절 산문』(달, 2021)
힘들어도 낭만은 누리자.
2021. 12. 현실과 낭만 사이에서
칭다오에 사는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