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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심콩 Feb 03. 2021

브랜드보다는 그램을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준비 첫걸음 _ 책가방 고르기


이제 우리 아이의 초등학교 첫 입학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에게도 큰 이벤트이지만, 가족의 큰 행사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존재만으로도 행복과 기쁨을 안겨주는 손자 손녀가 학교에 입학한다니!! 애기같은 우리 조카가 드디어 입학한다니!!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 찬스로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에게 주는 선물로 제일 먼저 떠올리는 1순위가 바로 책가방일 것이다.




우리 집도 그랬다. 친정 엄마가 나에게 아이 7살 초반부터 늘 당부하던 말씀이 있었다.







우리 손자 학교 들어갈 때 책가방은 내가 해 줘야지.
내가 다른 친구들한테 기 안 죽게 좋은 걸로 사줄끼다.
닥#꺼로 사 줘야지. 엉?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이제 8살.

초등학교 입학식부터 시작해서 이제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이 서서히 궤도권으로 진입해오는 듯한 그 긴장감. 부담감. 이제는 아이의 책가방을 준비할 때이다!

예전 같았으면 친정 엄마께서 친히 방문하시어 아이와 함께 백화점으로 가서 가방을 직접 메 보고 골랐을텐데.. 그러고 싶어하셨는데 코로나가 코로나이다보니, 돈은 엄마가 줄테니 니가 알아서 예쁜걸로 좋은걸로 사라고 하셔서 그냥 내가 인터넷으로 둘러보고 주문하기로 결정한다.



정작 아이 가방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막상 사려고 검색해보니 브랜드도 너~~~무 많고, 디자인도 다양하다.

하아, 정말 쇼핑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쇼핑이 즐거운 사람들, 쇼핑 잘하는 사람들 넘 부럽. 누가 맞춤형으로 딱 대령해주면 좋겠구만. 쩝



이럴 때, 먼저 초 1 보낸 친구 찬스를 이용했다.



- 나 우리 아들래미 초등학교 입학 가방 살려고 하는데 어떤 거 사야 돼? 좋은 거 있어?


- 이거 작년에 내가 산 거. 가볍고 때 안 타서 좋아. 우리나라 가방 빈#, 닥# 이런 거 너무 무거워. 그리고 1학년 애들은 막 바닥에 가방 굴리고 밟고 난리나서 비싼 거 아까워.




오잉, 엄마한테 세뇌당한 게 있어서 아들래미 가방은 제일 뽀대나는 체크무늬 닥#, 빈#로 사려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친정엄마가 무조건 좋은 걸로 닥# 꺼로 사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그래서 다시 맘까페를 뒤져봤다. 역시나 글을 살펴보니 무게감이 있는 가방들은 아이에게 힘들어서 결국에는 가벼운 걸로 다시 사게 된다고..

가벼운 게 짱이란다! 다른 건 다 필요없단다.

결국 우리 아이 초등학교 첫 가방을 선택할 때에는 브랜드보다는 그램을 더 체크해야한다고

기준은 대략 가방의 무게가 500g이 넘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그리고 더 살펴보니 80년대 부내나는 집 자식들이 메는 듯한 클래식한 느낌의 뚜껑 덮는 가방 디자인이 정말 쓰기가 불편하단다. 가방을 벗어서 책상 옆에 걸어두어야 하는데 짐이 많거나 해서 가방 뚜껑이 잘 안 닫히면 덜렁덜렁거려서 친구들이 다니다 가방에 걸려 넘어지기 쉽단다.



그래서 나도 친구가 골라준 가방을 사 버린다. 이거 지금 핫딜이니까 바로 구매해야된다는 말에 엉겁결에.

근데 470g 정도로 가볍고, 무엇보다 축구 덕후 아들래미가 참 좋아할만한 디자인이라서 마음에 든다.

그리고 사실 무엇보다도 가격이 배송비 포함 4만원 초반대라 너무 마음에 쏙 든다.ㅋㅋㅋㅋㅋ

이 가격은 사실 쇼핑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친구 덕분에!



살짝 아들한테 큰 감이 있어서 끈을 제일 짧게 줄였는데도 아직도 책가방이 아들을 삼킬 듯 크기만 하다.

아이고 자기 몸만한 책가방 메고 학교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목이 메이는구나 아들아.




이미 결제를 마치고 친정엄마에게 후보고


- 엄마, 아들래미 책가방 샀어.


- 그래? 뭘로 샀는데? 얼마 보내주면 되나? 사진 보내봐봐.


- 엄마, 근데 닥#같은 건 너무 무거워서 별로래. 어차피 애들 발에 굴러 채인다고 그냥 가볍고 싼 거 샀어.


- (사진 전송)


- 어? 왜 이런 걸 샀어? 없어보이게?? 애들 입학식 해서 쭈욱 서 있으면 다들 닥#, 빈# 쫙 빼입고 있을텐데 우리 손자만 제일 빈티나게 저런 거 메고 있으면 니는 안 속상하나?


- 아, 뭐 다 그런 브랜드 가방 메고 있을까? 저 가방도 괜찮은데.. 아들이 축구를 좋아해서.. 그리고 나중에 닥# 이런 거 사도 무거워서 다시 새로 산대.


- **이가 축구를 좋아하니까 좋아하드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번 사는 가방인데 참..


- 엄마 괜찮아, **이도 가방 엄청 좋아해. 그리고 **이가 어디 자기 가방 잘 챙기겠어? 그냥 편하게 쓰기에 좋은 거 같애.


- 아이고, 난 모르겠다. 니 아들인데 니가 속상하지 내가 속상하나? 그래도 가방은 한 번 사는 거 비싸게 주고 사야 나중에 오래오래 쓰고, 태도 나고 그러는 거지. 아휴 참. 그럼 엄마가 가방 사는 건 됐고. 좀 괜찮은 브랜드 옷 몇 벌 산 다음에 얘기 해. 입학식 때 입고갈 거.


- 옹 알겠어~




엄마랑 전화를 끊고 나니, 입학식을 하긴 할까? 나도 어렸을 때 친구들 나이키 신발 신는 거 보고 부러워서 사달라고 졸랐는데..

정말 우리 아들 가방만 좀 그런걸까.. 살짝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래도 실용적으로 아이가 편안하고 가볍게 쓰기에 딱 좋은 것 같아서 만족한다.



큰 아이가 가방을 메고 사진을 찍으니, 형아 하는 게 뭐든 좋아보이는 형아바라기 둘째도 와서 찍어달란다.

아이고 아자씨. 자네는 한참 멀었네요.


이렇게 아이가 책가방 메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이가 책가방 메고 학교가는 뒷모습만 보면 무언가 험난한 세상의 첫 관문을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눈물이 난다는 직장 선배님의 말이 생각난다.


그 때는 그 정도일까, 싶었는데 지금 이 상황을 눈 앞에 두니 무슨 말인지 정말 뼛 속 깊이 이해가 된다.

확실히 아이의 책가방을 실제로 목도하니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해서 생활할 모습이 눈에 조금씩 그려진다.


잘 할 수 있겠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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