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 달 살기 1주차
7월 13일 목요일 오후 1시, 캐나다 캘거리 공항에 도착하였다. 오후 2시, 내 워크 퍼밋을 받았다. 밤 8시, 기약 없는 오랜 기다림 끝에 언니의 비자를 받았다. 그것도 잘못된 걸로. 캐나다와의 첫 만남은 "웰컴 투 캘거리"를 외치며 웃음으로 반겨주는 사람들과, 무조건 일단 기다리라는 건조한 공항 오피서들의 대비된 이미지로 시작하였다. 경유 시간 포함 총 비행 시간 30시간, 공항에서 이름이 불리기만 마냥 기다린 시간이 7시간, 그리고 언니 집이 있는 밴프로 가는 시간 2시간. 총 39시간을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잠도 못 자 꼬질꼬질한 몰골 그대로 집에서 기절했다.
4일 정도를 시차 적응으로 고생했던 것 같다. 도착한 날은 새벽 6시에 깼다가 다시 잠들어 오후 2시에 겨우 일어났다. 오후 3시에 면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언니는 2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먼 나라 외딴 동네에 터를 잡고 애인까지 만들어 잘 살고 있었다. 그 덕에 언니의 애인 J가 일하는 바로 그 식당에서 내 일자리까지 구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월요일부터 푸드러너, 엑스포로 일을 시작했다. 사진에선 안 커보일지 몰라도 3층까지 있으며 직원 200명을 보유한 어마어마한 매출의 레스토랑이다. 많은 만큼 포지션도 다양하고, 일하는 구역도 정확히 분담한다. 들어오는 고객을 자리로 안내하는 역할의 호스트, 주문을 받고 고객을 응대하는 서버, 음식을 나르는 푸드 러너, 마지막으로 정확한 곳으로 음식이 가는지와 고객 주문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엑스포. 이 중에서 나는 엑스포와 푸드 러너를 맡았다.
프렌들리한 게 미덕인 이 곳. 첫 날부터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사를 나눠서 이름을 잊지 않으려고 메모도 해놓았다. 30초도 채 걸리지 않는 자기소개인데 기분이 좋아진다. 미안하다나 고맙다는 말은 아무리 해도 넘치지 않는다. 눈을 마주치면 안면 근육을 쓰면서 환하게 웃어준다. 한국에선 사소한 친절이 왜 힘들까 생각하게 되는 일들이다.
4일차인 오늘은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생겼다. 첫 날에 내 옷이 예쁘다고 칭찬해 준 피아. 피아를 보고 반가워서 인사하려는데 너무 멀리 있어 기회를 보던 중, 갑자기 내 앞에 피아가 나타났다. 깜짝 놀라 “하이, 파이!“라고 해버렸다. 이런 자잘한 말실수들은 오래 기억 속에 남아 나를 괴롭히곤 한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보는 풍경. 밴프 다운타운이다. 밖에 있는 자리인 파티오(patio)에 서빙할 때마다 비현실적인 풍경에 내가 여기서 일하고 있는 게 진짜인가 싶기도 하다.
집 앞에 흐르는 강물이 에메랄드빛으로 빛난다. 사람들은 햇빛이 따스한 날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누워 책을 읽거나 선탠을 한다. 해먹을 가지고 와서 나무들 사이에 달고 눕는 것도 자유다. 누구라도 느긋하고 여유로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조만간 나도 누구 눈치 보지 않고 혼자 누워 책을 읽을 거라고 결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