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한 달 살기 2주차
내가 살고 있는 밴프는 캐나다에서 유명한 관광지이다. 그 말인즉슨 이곳이 전세계의 여행객들이 모이는 곳이고, 집값과 물가가 비싸 일터에서 로컬을 찾기 힘들다는 뜻이다. 캐내디언 자체도 별로 없는데 밴프에서 나고 자란 캐내디언은 더 희귀하다.
내 동료 레이먼드는 밴프에서 나고 자란 로컬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껏 받고 있는데 정작 자기 자신은 이곳이 뭐가 특별한 지 모르고 있다. 레이먼드는 16살인데 학교 방학마다 파트 타임으로 푸드 러닝을 하며 쉬는 날엔 게임도 하고 하이킹도 하는 밴프 잼민이 삶을 즐기고 있다. 얘를 볼 때마다 난 학원과 독서실에 처박혀 있었던 내 16살 시절이 떠오르면서 부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한 이모 모드가 된다. 또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상상조차 못했을 내가 누리지 못했던 삶이 뼈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밴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워킹 홀리데이를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 외향적이고 여행을 좋아해 쉬는 날 일하는 날 구분없이 잠 자는 시간 아깝게 여기며 여기저기 놀러 다닌다. 아마 내가 레이먼드를 보면서 느끼는 것들을 이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태어난 것에 대한 부러움과 동시에 세상은 너무 넓고 아직 더 멋진 곳들이 남아 있을 거라는 것. 그래서 그런지 내가 여기서 만난 워홀러들 중에는 한 곳에 정착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캐나다 워홀 기간이 끝나면 호주도 가보고, 뉴질랜드에서도 살아보겠다고 한다.
나그네들이 머무르는 동네는 그들이 떠나면 다시 다른 나그네로 채워지며 순환한다. 떠나는 이가 내가 되든 다른 사람이 되든 결국 이별을 고해야 하는 나그네의 숙명이다. 그렇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무언가에 집념하지 않고 흘러가는 구름같은 이들의 이야기를 잠깐이라도 듣는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생각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방랑하지 않을 수 없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