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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빈 Sep 19. 2023

캐나다 시골에서는 쉬는 날 뭐 해요?

캐나다 한 달 살기 3주차

 일주일만에 오는 꿀같은 휴일이었다. 그렇다고 집에 누워있을 순 없다. 밴프에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무조건 나가 노는 것이 이득이라고 다들 말했다. 여유롭게 일어나 점심을 챙겨 먹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발했다. J는 자기 몸만한 가방 속에 패들보드와 구명조끼를 챙겼고, 언니는 피크닉 준비물들을 챙겼다. 나는 카메라와 책, 아이패드 등을 챙겼다. 버스는 20분 정도 달려 목적지인 투 잭 레이크에 도착했다.


 투 잭 레이크 캠프사이트를 비집고 들어가 울창한 나무들 사이를 지나니 에메랄드빛 호수가 나타났다. 잔잔한 물이 흐르고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호수가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폈다. 나는 이것저것 준비해 온 것들을 꺼내고, J는 패들보드에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찰랑거리는 물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일렁이며 들려온다. 작은 튜브에 올라 타 호수 위를 떠다니며 잠을 자는 사람도,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튜브 위에서 주인과 한가롭게 낮잠을 자는 강아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빙하에서 녹아 내려온 물이 차갑고 투명하다. 그 속에 뛰어들면 얼마나 시원할까. 넓은 호수에 혼자 패들보드를 타고 노 저으며 바람의 화원을 작게 부르기도 했다. 햇빛이 너무 따스하면 잠깐 그대로 누운 채로 물결을 어루만지며 파장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올라오면서도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번엔 언니랑 J가 함께 패들보드를 타러 가고 난 혼자 남았다. 잠깐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다가, 돗자리에 다시 누워 햇빛을 즐기기도 하고, 아이패드에 다운 받아 온 하트스토퍼를 보며 과자를 먹었다. 그러다 돌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한국 못 가겠는데, 어떡하지? 그 후 한참 생각에 빠졌다. 이걸 경험하고 어떻게 다시 한국에 가지? 사람 바글바글한 지옥철, 높은 습도의 여름, 가슴 답답해지는 경쟁 사회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니. 지금까지 갇혀 있던 비눗방울이 터진 것 같았다. 대학교 3학년이 되고 의미 없는 휴학을 거치면서 계속된 고민이었다. 대학교에서 철학과 영화를 공부하는 난 누가봐도 현실적인 사람이 아니다. 가까운 친구가 나를 보고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었다. 그런 내게 한국은 현실이다. 해외는 구름이다.


 아직 이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답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처럼 표표하며 사진 찍고 글 쓰는 게 행복하다는 것과 여행이 끝나기 전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연금술사>에서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찾아 멀리 떠나듯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조그만 패들보드에 세 명이 함께 탔다. 누군가 움직일 때마다 넘실거리는 차가운 물에 움찔하며 햇살이 비추는 호수 중심 쪽으로 가는 데 성공했다. 이거 진짜 자칫하면 입수다. 바짝 긴장한 언니와 내가 웃겼는지 J가 까불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러다 진짜 빠진다니까? 하는 순간 보트가 기울어지고 그대로 다같이 입수했다. 나인지 누구인지 모를 비명을 들으며 찬 물에 꼬르륵 가라앉았다가 떠올랐다. 그러곤 동시에 다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상쾌한 기운이 온몸에 찼다.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용기내지 못했던 일이었기도 해서 더 그랬다. 머릿속을 꺼내 깨끗이 닦은 것 같은 그런 기분. 오래 기억할 경험이자 되돌아볼 추억이다.


 인생은 여름방학처럼 살라고 누군가 그랬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내 머릿속을 떠돌던 문구다. 전에는 이 문구를 생각하면 들뜨는 기분 애써 가라앉히며 세우는 소소하고도 터무니없는 방학 목표들이 떠올랐다. 앞으로는 밴프의 여름이 떠오를 것 같다. 따스한 햇빛과 호수가의 피크닉. 선선한 바람 속 베어 무는 캔털루프 한 입, 사랑하는 언니와 조곤조곤 나누는 대화. 토스트처럼 탄 피부만큼 선하게 남은 흔적들이 이 모든 걸 기억할 것이다.


두 눈을 감아도 햇빛은 가득하다. 너는 순도 낮은 네 잠을 감시하며 꿈 속의 거리가 펼쳐지기를 기다린다. 한 낮의 반대편은 자정이다. 자정과 정오가 바뀌듯 너의 몸은 조금씩 사라진다. 우리는 저마다의 겹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거리를 간직하고 있었을 뿐이다. 풀밭 위로 검은 그림자가 흘러간다. 어떤 시간이 어떤 얼굴을 데려온다. 다시 수요일이 온다. /수요일의 속도, 이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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