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라 Sep 28. 2023

책방 입고

[나만의 책 만들기] 후기 4

  

      

독립책방에 입고하기          




집으로 돌아와서 인쇄된 책을 다시 꺼내어 보니 제목, 표지 모두 어설프게 느껴졌다. 딸아이가 함께 보고는 표지를 바꿔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한다. 사진과 글자체와 글자 크기에 대해 몇 가지 조언해 주었다. 다른 사진을 권해 주길래 표지와 제목을 바꿔보고 사진 몇 장을 더 추가해서 그날 바로 다시 두 번째 견본책을 주문했다.      


바로 다음 날 다시 인쇄소를 찾았다. 두 번째 책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두 권의 책을 들고 3일 차 수업에 참여했다. 다른 사람들은 심혈을 기울인 내용과 방대한 양의 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 완성본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그것에 비하면 내 책은 조금 미미해 보이기도 했지만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뿌듯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다들 그 점을 좋게 봐주었고 나름대로 개성 있고 예쁜 책이라고 응원해 주었다.      

나의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독립출판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다음에 만들고 싶은 책들이 머릿속에서 돌아다녔다.

      

막상 책을 만들었지만, 이 책을 누군가 산다는 것은 실감 나지 않았다. 독립책방에서 내 책을 받아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인쇄해야 하는데 몇 부가 적당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단가를 계산해 보면서 적어도 300권 이상은 인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들었는데 막상 그 많은 책을 어떻게 처리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주문을 누르는 손이 점점 떨려왔고 결국 첫 인쇄는 100부만 하기로 했다. 선생님은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고 입고 문의를 용기 있게 해 보라고 권했다. 책방에 입고 문의하는 것이 마지막 미션이 되었다.      


어떤 책방에 입고 문의를 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방문해 본 책방을 떠올려 보았다. 그중에서 내 책과 분위기가 맞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4곳 정도를 골랐다. 대면한 것도 아닌데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용기를 내어 ‘저의 첫 책 입고를 문의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쓰고 꼼꼼하게 읽고 또 읽어보았다. 그리고 발송버튼을 눌렀다.    

  

초조하게 답장을 기다리는데 첫 답장은 수업을 들은 책방에서 왔다. 다른 곳도 메일은 모두 읽은 듯한데 답장이 없으니 ‘거절’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이번에 오픈을 하게 된 책방에서 두 번째로 연락이 왔다. 두 책방에 내 책이 다른 책들과 나란히 놓이고 독자들에게 보인다니 꿈만 같았다.      


마지막 수업 날 입고하기로 한 6권의 책을 가져가려고 보니 견본 이외의 책은 포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깜박하고 말았다. 포장은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라 급하게 인터넷쇼핑몰에 책 크기에 맞는 비닐봉지를 주문했다. 다행히 다음 날 바로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크기에 대한 선택도 고민이 많았는데 책 크기에 딱 맞춘 봉지로 깔끔하게 포장할 수 있었다.


드디어 입고의 날이 되었다. 포장된 책을 들고 책방으로 갔다. 마지막 수업까지 미션을 잘 수행하고 마무리 지은 자신에게 칭찬의 말을 해 주고 싶다. 책 입고는 택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지금 책방 여행을 하는 즐거움에 한창 빠져 있어서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 입고할 책방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프리 오픈 기간이라 응원도 할 겸해서다.


수업을 들을 때 배운 기억대로 입고한 책방에서 무엇보다 인상에 남는 것은 책을 구입하는 것이라는 말을 기억했다. 평소에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라 선물까지는 생각지를 못했다. 멋지게 용기를 내어 책방을 오픈한 작가님을 응원하고 독립서적 2권을 구입하고 입고할 책을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뜩 나에게 앞으로 새롭게 다가올 일들이 기대되며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지금은 내 책을 누군가 들었다 놓기만 해도, 펼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누군가 책을 구입해서 집으로 가져간다면 영광일 것 같다. 그렇게 책방에서 내 책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어느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지는 않을지, 어쩌면 의외로 사랑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곧 책방에 다시 방문할 날을 고대해 본다.     


북페어를 준비하며 책과 어울리는 소품도 제작해 볼 생각이다. 책의 사진을 넣어 만든 에코백, 거울, 티셔츠등 나만의 작품이 누군가의 손에 들리고 삶에 쓰이며 조그만 기쁨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100권이 생각보다 빠르게 소진되었다.

친한 친구들에게 차마 팔 수 없어 선물로 준비했는데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당연히 대부분 사주겠다고 한다. 고마웠다. 그래도 글을 배운 선생님, 함께 나누며 도움을 준 이들에게는 선물로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사주면 사주는 대로, 선물로 주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100권은 금세 소진되었다. 너무 소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추가로 100권을 인쇄할 것인가 200권을 더 인쇄할 것인가?

독립책방을 여러 곳에 입고 문의 메일을 보냈지만 두 곳에서만 연락이 왔다. 다른 곳에서는 거절의 메일도 받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무응답이라는 것이 이런 마음이구나 싶다. 독립책방에 책을 입고해도 수수료를 빼고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어서 다음에는 판매 전략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권 중에 남은 4권은 마침 모임에 나오는 지인들에게 나눠 줄 수 있게 되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책을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행복했다. 칭찬 한 마디씩 해주는 말들이 큰 힘이 되었다.

사인도 계속하다 보니 지쳐서 오늘은 그냥 들고 나왔는데 그래도 사인을 하는 것이 좋은 의미가 될 것 같아 다시 펜을 들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이 통하는 문장을 적고 싶어서 천천히 그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옆에 있지만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한마디 말, 그것이 참 좋다.

아직 선물을 주고 싶은 이들이 마음에 남아 있고, 독립책방도 좀 더 적극적으로 돌아볼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책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