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초보사서입니다.

by 보라

나이 오십이 넘어서 사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사서가 되고 싶었던 것은 오래전인데 대학 과정을 다시 공부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학비도 비싼데 그 값어치를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졸업하고 취업을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우려도 있었답니다. 원서를 쓰는 것도 어려워서 겨우겨우 온라인 접수를 하고 기다리는데 그마저도 대기자였습니다. 안 되겠구나 했지요. 그런데 다행히 저에게까지 기회가 왔습니다.


육아로 힘들 때 위로가 되어 주었던 동네 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들락거리다가 자원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도서관에 온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이었습니다. 열심히 그림책을 골라주고 읽어주며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것이 오히려 치유받는 시간이 됐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편안했습니다. 지금까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사서보조업무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고, 봉사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도서관에서 일한 다고 하면 지인들이 사서냐고 물었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당하게 이름을 붙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사서가 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제가 사서교육원 교실에 있었습니다.


수업 첫날, 5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있는데 다리가 퉁퉁 붓고, 힘들어서 이러다 쓰러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가 어려워서 긴장이 많이 됐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신기하게도 적응이 됐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은 20대부터 30, 40대, 50대까지 연령이 다양했고, 정년퇴임을 마친 언니들도 있었는데 참 든든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되던 공부를 마치고 나니까 이제는 취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더군요. 제가 살고 있는 시에서는 초단시간 근무자 이외의 기간제근문자는 60세 이상의 연령자만 뽑고 있어서 이력서 낼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변 다른 시에 무작정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감사하게도 합격하여 도서관 사서로 출근을 하게 됐습니다. 초단시간으로 도서관에서 일한 경험은 있었지만, 타 시의 운영방침과 도서관 전반에 관한 일들은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요즘은 중장년층에서 노년까지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도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오래전에 일본여행 갔을 때, 공항에서 연세 많으신 분들이 일하는 것을 보았는데 우리나라도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오래도록 일하고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하고 싶어서 운동과 식생활 개선을 함께하며, 건강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사서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아낌없이 정보를 나눠줍니다. 제가 일하는 기쁨을 누리듯 많은 사람이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며 노년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는 동네책방을 찾습니다. 책방이라는 공간이 주는 따뜻하고 아늑함,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주는 기분이 좋아, 저도 저만의 공간을 만드는 꿈을 꿉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고, 조별과제를 수행하며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 참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취업에 합격했을 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단단해지는 마음, 도전하는 용기, 이런 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꿈은 당신이 가고자 하는 곳의 지도다.

-조지 버나스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