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임후남 작가님의 '책방시절'을 읽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반납하는 책 들 중 눈에 띄고 마음을 끄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은 그 자리에서 대출을 해서 사물함에 넣어 둡니다. 숨겨놓은 맛있는 간식을 조금씩 조금씩 아껴먹듯이 사물함에 넣어 둔 책을 하나씩 꺼내어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습니다. '책방시절'도 그렇게 발견한 책입니다. 낭만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책 제목과 '가장 안전한 나만의 방에서'라는 부제목이 마음을 확 끌었습니다.
"연휴에도 책방 문을 열었습니다. 책방과 집이 같이 있다 보니 떠나지 않는 한 책방 문을 굳이 닫을 일이 없기 때문이지요. 사실 저는 무엇보다 책방에 있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책방은 모두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저만의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세상으로부터 제가 숨어든 공간."-책방시절/임후남/생각을 담는 집-
연휴에 번잡스러운 집을 나와 집 앞 도서관에 갑니다. 나만의 책방이 있다면 참 좋겠다고 다시 생각합니다. 있을 때 참 좋은 공간,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공간, 내가 나일 수 있는 공간, 다친 나를 치유해 주는 공간을 갖고 싶습니다.
작가처럼 저도 20대가 되기까지 언니들과 방을 함께 썼습니다. 결혼 전에는 혼자 독립한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누군가와 같이 잠을 자고 함께 했기 때문에 혼자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요. 결혼을 하고서야 집에서 독립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기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과 방을 쓰고, 아이를 키우면서 항상 누군가 옆에 있었지요. 집에서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집에 있으면 어떻게든 집안일을 하게 되고, 지치면 소파 든, 침대 든 눕게 되더라고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만들고 싶다면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공간이 없다 보니 그림 그리던 도구와 노트북, 책과 노트 등을 들고 식탁에서 거실로 다시 방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니까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지고, 내 공간을 가진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꿈을 꾸게 됩니다.
햇살이 시끄러운 책방.
음악이 춤추는 책방.
책들이 서로 몸을 곧추세우고 봐달라고 아우성치는 책방.
이렇게 시끄러워도 고즈넉한 책방.
그래서 때때로 고독한 책방.
그래도 누군가 찾아오면 가슴이 발그레해지는 책방. -책방시절/임후남/생각을 담는 집-
고독하지만 누군가 찾아온다면 가슴이 발그레해지는 책방이라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처음 일자리를 알아볼 때 집에서 가까운 곳에는 자리가 잘나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까지 찾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섬에 있는 학교에서 사서를 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섬에서 근무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다 자랐고, 도시를 떠나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오로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곧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선뜻 실천하게 되지는 않았지만요.
섬에서의 일 년, 낭만적으로 들리지 않나요?
한 번은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이 먼 섬에 있는 도서관에 취업이 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는 꿈을 이룬 것이었죠. 바닷가를 걸어 출근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바닷가를 걸으면 모든 것을 잠시 잊고 나에게 집중하게 될 것 갔습니다.
흐린 날이 계속되다가 파란 하늘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구름을 보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오는 대로 빗줄기 속에서 생각을 비우게 됩니다. 자연을 바라보면 어느덧 나는 나다워졌다고, 단단해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다 콘크리트 건물로 들어서면 다시 사람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의 존재가 희미해졌다가 불끈했다 쪼그라들었다 합니다. 오십 대가 돼서도 단단한 내가 되지 못한 것이 그렇게 부끄러워 몸부림칩니다.
특색 있는 책방이 늘어나면서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섬에 가고 싶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섬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안전한 나만의 공간에서 나다운 내가 되어서 다시 서로를 잇는 공동체 속의 나로 살아가고픈 마음일 것입니다. 조그만 마당이 있다면 예쁘고 작은 꽃들을 계절마다 심고 가꾸고, 가지나 토마토도 심어 보고 싶습니다. 고독하다 싶을 때 지인이 찾아오면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따서 함께 나눠먹고, 가지나물도 무치고 싶습니다. 조용히 바람소리를 듣고, 새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한 편의 시도 써보고 써늘해지면 따뜻한 차 한잔 끓여 호호 불며 밤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너는 너로서 나는 나로서 그렇게 하나의 별이 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세상 속으로 가기 위한 단단한 내가 되기 위해 '소박한 밥상'같이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나만의 안전한 방을 꿈꾸며 오늘도 한 걸음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