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하고 말 테다.' 혼 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구시렁대기도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가 걸으며 또 '역시 책방을 해야겠어.' 이렇게 말한 날은 바로 이용자에게 불쾌한 소리를 들었을 때였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다 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지었지요. 한 번씩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스스로에게 묻고, 꼭 하자고 다짐하고 그렇게 다시 책상에 앉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서 일이 좋았습니다. 책을 드는 일도, 책을 꽂는 일도, 책을 닦는 일도, 책을 고치는 일도,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나는 일도 좋았습니다.
밤새 내린 비가 촉촉하게 내려앉은 땅을 밟습니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로 바람이 제법 차갑습니다. 바뀐 공기가, 구르는 낙엽들이 마음을 울컥 이게도 하지만 이 쓸쓸함은 정이 들만하면 헤어져야 하는 이곳의 구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약 만료일이 다가 오니 먼저 왔다 떠난 사랑들이 떠오릅니다. 만난 지 채 한 달이 되기도 전에 헤어진 사람들은 얼굴이 가물가물하지만 귓가에 맴돌던 이름들이 선명합니다.
또 한 사람이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마지막 근무인 선생님이 업무가 마감될 때쯤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한 송이씩 곱게 포장된 붉은색, 주홍색 장미는 고급스럽고 예뻤습니다. 포장을 보니 벌써 한참 전에 주문을 해 놓은 듯했습니다. 꽃향기처럼 은은하게 정이 스며들 때쯤 헤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헤어짐과 새로운 만남이 지속되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처음 출근하고 한 달쯤 지나서 두 분의 선생님이 계약이 종료된다며 선물을 나눠주었습니다. 손수건과 립글로스였는데 얼떨결에 받아 들고 어설픈 작별인사를 나눴습니다. 이제 누군가 처음 오면, 서로의 계약일을 알려주게 됩니다. 계약일을 미리 알고 있어도 당연히 헤어지는 날이 되면 섭섭합니다. 아쉬운 마음에 다 같이 모여 회식을 합니다. 고기를 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헤어질 때 되어서야 더 정이 들고 맙니다.
어제도 한 명의 선생님이 계약이 종료되었고, 오늘도 한 명이 떠났고, 며칠 전에도 두 명이 떠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자리에 낯선 이들이 자리를 채웁니다.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 와서 떠난 자리를 채우고 그렇게 이곳의 시간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변함없이 흘러가겠지요.
다정하게 찾아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고 떠난 사람들을 기억하며 나도 누군가에게 마음 한편에 은은한 촛불 잠시 켜 주었다면 좋겠습니다. 은은한 향기 남겨 두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