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다정

by 보라














"고깟 책 한 권 가지고 되게 깐깐하게 구네."

가끔 이런 비슷한 느낌의 말을 듣기도 합니다.

'고작 책 한 권'이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돕니다.

고작 책 한 권이면 그냥 사서 보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면서요.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마음에 상처가 가득 차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너무 좋은 계절, 가을이 익어 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출근 전 아침에 호수가 보이는 카페를 찾았습니다. 호수 근처에 카페가 문을 열었을 때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아침 일찍 많이 찾아와 창가 자리에 앉기가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렇게 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창가에 앉아 하늘과 호수를 바라보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혼자이거나 소곤거리며 대화했는데 고요한 카페를 채우는 잔잔한 음악 사이로 한 사람의 목소리가 귀에 달려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은 주로 추임새를 넣거나 듣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관계에 관한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도 어디에선 참 말이 많은 사람, 어디에선 말 수가 없고 듣는 사람이었던 기억들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편하게 말이 술술 나오게 하는 사람, 듣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사람, 계속 듣자니 자기 이야기만 해서 말을 끊고 싶은 사람, 주고받는 대화가 탁구공처럼 줄 곳 핑퐁거리는 즐거운 사람, 이렇게 대화처럼 관계도 여러 가지 형태를 가집니다. 옆에 있는 것이 편안하고 기대고 싶은 사람,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 공기를 무겁게 만들고 긴장되게 만드는 사람도 있지요. 어쩌면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여러 가지 형태로 다가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출근하며 설레던 때가 있었습니다. 마트에 가서 다 함께 먹을 생각을 하며 과자를 사고, 커피집에 들러 맛있는 커피를 사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갓 튀겨져 나온 꽈배기에 달콤한 설탕을 툭툭 묻혀서 한 입 베어 물면 얼마나 맛있는지 그 맛을 알지만 함께 먹을 생각을 하며 군침만 흘리며 서둘러 출근해 사무실에 달큼한 향내를 풀어놓으면 동료들이 먹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가 있었습니다.

여름철 무더위 쉼터로 최고의 피서지였던 도서관에 머물며 함께 나눠 먹는 간식이랑 커피가 이야깃거리가 되고 간간히 휴식이 되어 주었던 시간이었지요. 사이사이 크림이 들어 있는 크래커를 좋아하는 사람, 크림이 없이 담백하고 바삭한 쿠키를 좋아하는 사람, 새롭고 다양한 과자를 사서 나눠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사무실 한편에 과자가 가득 쌓여 있으면 지나가다 함께 나눠 먹는 것이 휴식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곤 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우와 여기가 천국이네.' 했습니다. 맞습니다. 이곳이 바로 천국이었지요. 그렇지만 애써도 천국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 작은 그릇으로 품을 수 없는, 나의 에너지로는 감당할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막무가내로 던진 불쾌한 말에 상처 입기도 하고 실수로 부끄러워 이불킥을 하기도 하고 가끔은 이기적이었고 가끔은 퉁명스러웠던 모습들을 돌이켜봅니다. 그래도 순간순간 함께 웃을 수 있었고 친절함을 맛보았고 유독 아름다운 날씨에 함께 감탄했습니다. 인지하지 못했을 실금 같은 변화를 꿈꾸었던 누군가의 따뜻한 다정히 스며들어 우리의 마음이 조금은 말랑말랑 해졌길 바라봅니다.












이전 08화소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