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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Nov 30. 2021

나의 사랑 아인슈페너

          글 쓰는 바리스타




날씨가 꾸물거린다. 첫눈이라도 내릴 것만 같다.


금방이라도 비나 눈이 내릴 것처럼 어두운 하늘을 보면서도 우산도 없는 나는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 카페로 갔다. 눈과 빛을 함께 품은 듯한 구름은 어둑어둑하면서도 몽실몽실해서 비엔나커피의 달콤한 크림을 떠올리게 했다. 부드러운 크림이 입술에 와닿는 듯 해 참을 수가 없었다.     


꼼꼼히 메모하고 장을 보러 가거나  계획대로 움직이는 나도 오늘의 충동은 멈출 수가 없었다.

보통은 오전 일을 마치고 집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그다음 볼일을 보곤 했다. 오늘은 아무래도 점심 전, 비엔나커피 한잔을 꼭 마셔야겠다.                

비엔나커피는 가끔 생각나지만 일반적으로 먹고 나면 텁텁하고 더부룩해서 잘 마시지 않는다. 썩 맛있게 만들어 내는 카페도 드물다.


20대에 추억을 떠올리며 카페에서 비엔나커피를 주문하면 실망스럽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에서 제법 괜찮은 비엔나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문뜩 떠올랐다. 구름을 보고 나서였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카페로 갔다.                

 

“비엔나커피 한 잔 주세요.”                


 메뉴를 살펴보지도 않고,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커피를 주문했다.


“아인슈페너요? 따뜻한 거 맞으시죠?” 한다.     


아 그렇다 요즘은 비엔나커피를 아인슈페너라고 한다. 이름도 참 예쁘고 낭만적이다. 비엔나도 충분히 낭만을 품고 있지만 아인슈페너는 좀 더 이국적이고 매력적이다.     

비엔나커피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래되었는데 정작 빈에는 비엔나커피라는 메뉴가 없다고 한다. 원래 이름이 아인슈페너이기 때문이란다.


뜨거운 커피에 차가운 생크림을 올려 부드러움과 쌉싸래함을 동시에 느끼며 단맛까지 어우러져 풍부한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아인슈페너는 마차에서 내리기 어려운 마부들이 한 손에는 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는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얹은 커피를 마신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카페의 자리는 조금 불편하다. 엔틱 풍의 가구가 멋스럽고 유니크 하지만 등받이가 없는 의자는 오래 앉아 있기에는 허리가 아프다.

공간도 정사각형의 작은 공간이어서 손님 간의 거리도 넉넉하지는 않다. 그래도 좋다. 나는 벽에 맞대어 놓인 탁자에 앉았다. 크림이 녹아내리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찰칵거리는 카메라 소리가 작은 카페에 크게 울리니 조금 민망했다.


카페라테와 아인슈패너

구름 같기도 하고 솜사탕 같기도 한 크림을 호로록 마셔본다. 스푼은 필요치 않다.

아! 역시 부드럽고 달콤하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벽에 걸린 그림을 한 번 바라본다. 다시 한 모금 마시니 쌉싸래한 커피 맛이 나쁘지 않다. 또 이런 생각을 한다. 공간이 참 좋다. 자주 오고 싶다. 갖고 싶다.        

   

공간을 탐하기만 했다. 공간에 들어가면 그만큼 갇혀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 일을 해보니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아이들에게만 생각해 보라고 밀어붙였던 질문. 나는 그것을 이제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고 있다. 커피와 함께 하는 시간을 사랑했지만, 일을 하면서 행복했지만 가장 하고 싶은 글쓰기를 놓치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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