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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Dec 02. 2021

커피의 맛 오묘하네

글 쓰는 바리스타

   


좋은 향기가 실내를 가득 채우고 나면 골목까지 퍼져 나간다.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좋은 향기에 취해 카페 안으로 들어오길 바라며 카페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기분 좋은 모닝커피 한잔과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사람들의 마음속에 저마다의 기대가 느껴진다.


원두를 갈아  탬핑을 한 다음 머신에서 커피를 내린다. 그 향기가 진하면서도 고소하게 퍼질 때 커피 맛을 기대하며 입안에 침이 고인다.   


막상 한 모금 마신 커피의 첫맛은 쓰다. 그러다가 천천히 입안에 맴도는 커피의 오묘한 맛이 나를 사로잡는다. 쓴맛, 단맛, 새콤하면서 고소한 맛 그리고 꽃향기까지 지녔으니 누구든 그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신비로운 맛을 지닌 커피는 굵직한 작품을 남긴 작가들에게 없어서 안될 필수품이었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의 맛을 좋아한 헤밍웨이, 커피에 의지에 찬란한 명곡을 탄생시킨 베토벤도 커피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클라크 케이블은 '커피를 마시기 전까지 나는 절대 웃지 않겠다.'라고 했고, 패트릭 핸리(미국 독립전쟁 지도자)는 커피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까지 했다. 많은 커피 명언 중에서 나는 미국 소설가이며 비평가인 거투루드 스타인이 남긴 말을 가장 좋아한다.



커피를 마실 때가 정말 좋다
생각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료 이상이다.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였다. 열차에서 내려 아침 일찍 밥을 먹고 모닝커피로 정신을 깨운 뒤에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경치 좋은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점심을 먹고 또 커피를 마시자고 하니 다들 뭔 커피를 그렇게 많이 마시냐고 한다. 나도 모르게 커피는 '그냥 음료'가 아니라고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커피를 마시기 전까지 웃을 수 없다고 말한 클라크 케이블의 마음이 공감 가고, 커피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까지 말한 패트릭 핸리의 마음도 이해가 되려고 한다.


오늘 나에게 커피는 어쩌면 생존의 음료 인지도 모르겠다. 커피를 마시러 산책을 가니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고 커피를 마시며 사람을 만나고 글을 쓴다. 그리고 커피를 만들면서 돈까지 번다. 나는 특히 카페에서 집중이 잘 된다.


풀리지 않던 글도 카페에선 술술 써진다. 펜이 종이 위를 날아가기도 한다. 허리만 아프지 않다면, 시간만 허용된다면 하루 종일이라도 카페에 있고 싶다. 속이 쓰리지 않는다면 몇 잔이고 마시고도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카페에 간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오묘한 사람들의 삶을 함께 나누고, 함께 커피를 마신다.


일하는 시간에는 기분 좋게 시작해 스팀의 굴욕을 맛보고, 손님을 맞으며 긴장하고 맛이 좋다는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졌다가 실수라도 하면 깜짝 놀란 가슴을 슬어내기도 하지만 새롭게 만나게 될 손님을 기대와 설렘으로 맞는 시간들을 사랑한다.


카페에서의 몇 달 일을 하고 보니 긴장은 기분 좋은 기다림으로 변해가고 있다. 인생의 길목에서 나에게 올 어마어마한 하나의 인생을 기다린다. 오늘 나에게 어떤 일들이 펼쳐 질지 모르지만 기분 좋은 기다림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비록 찌그러진 하트가 나올지라도 사랑스러움은 꼭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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