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라 Dec 27. 2021

크리스마스의 선물



저녁 8시, 칼바람에 다리의 감각이 없어지는 듯합니다.

크리스마스 날, 불 꺼진 골목길, 홀로 늦은 퇴근을 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태어나서 산전수전 겪으며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지만

머리맡 선물은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네요.

크리스마스 선물도 없이 휴일에 일까지 하니 기분이 좀 꿀꿀하려고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스파이더맨 시리즈 '노 웨이 홈'을 봤습니다

슈퍼플렉스에서의 영화감상, 볼만하더군요. 좋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오후에 출근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오고 괜히 가슴이 답답해 왔습니다.

특별히 할 일도 없으면서 크리스마스엔 왠지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강력하 자리 잡네요.

어젯밤 꿈부터 뒤숭숭하더니

'피터 찌리릿'인가요?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출근했을 때는 평소의 토요일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오랜만에 카페를 찾아와서 함께 수다를 떨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손님이 없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잖아. 사람들이 일찍 집으로 돌아갔겠지."


친구들이 가고 나면 마감 준비나 슬슬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사롭지 않았던 꿈처럼 손님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습니다.

카페 홀도 가득 찼습니다.

덕분에 딴생각 없이 신나게 일했습니다. 저녁밥 할 시간이 다가와서야 손님이 줄어드네요. 이제 진짜 나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할 때 손님이 또 왔습니다.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어린 학생 손님들이 왔습니다. 셀카를 찍고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에 마감 준비를 잊고 주방에서 킥킥 거리며 같이 웃었습니다.  

밝고 경쾌해진 분위기에 덩달아 신이 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청소시간이 늦어졌습니다. 토요일마다 오시는 손님에게도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 대접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악몽이라고 생각했던 어젯밤의 꿈처럼 많은 손님들이 왔다 가서 정신없는 하루였지만 돌이켜보니 오늘 만난 손님들이 크리스마스의 선물 같기만 합니다.


크리스마스에도 쉬지 못하고 열심히 일한 모든 분들이 떠오르네요.

칼바람 속에서도 열심히 배달하는 라이더님을 비롯해 모든 분들 덕분에 휴일에도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 날은 연휴라 문 닫은 상가들이 많겠구나 하고. 혹시나. 커피집을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문을 연 곳들이 있더군요.

편안하게 누군가 만들어 주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사탕 선물도 받으니 기분이 최고네요.


크리스마스 선물


찬바람이 뺨을 때리니 따뜻한 커피가 더 맛있어서

한 모금 마시고 캬!!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꽁꽁 언 강 푸르디푸른 하늘을 보며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마십니다.

 


크리스마스 악몽이라고 적었다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고쳐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전 05화 커피의 맛 오묘하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