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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Jun 20. 2020

되찾기,에 대하여

밥 말리의 ‘리뎀션 송(Redemption Song)’에 부쳐


주말 오후, 타이베이의 동네 카페. 스피커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밥 말리의 리뎀션 송인 듯한데 목소리는 그가 아니다. 누군가 리메이크한 것 같다. 어찌나 자연스레 읊조리듯 부르는지 하마터면 다른 곡으로 착각할 뻔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Joe Strummer and The Mescaleros 버전.)


이 곡과 다시 조우한 것은 3-4년 전쯤이던가. 친구 B가 문득 메시지를 보냈다. 밥 말리의 리뎀션 송과 함께.


당시 내게 리뎀션(redemption)*의 의미는 상업적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때였다. Redemption Rate(환수율)라는 말이 으레 비즈니스 문서 한 켠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였으니 말이다. 회사에서 쓰던 Coupon Redemption(쿠폰 환수)이라는 용어에만 익숙해져서인지 가사를 음미하고 나서야 ‘아, 이 단어가 이런 뜻도 있었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으니까. (거짓말 조금 보태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쫓기듯 일하던 때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 redemption 1. 구원, 구함  2. 상환(현금화)


redemption은 redeem이라는 동사의 명사형.

redeem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결함을) 보완하다

2. (실수를) 만회하다

3. (죄로부터) 구(원)하다


내게는 ‘되찾다’라는 의미로도 다가온 말.


노래를 듣고 B에게 메시지를 보냈던가. Redemption이라는 단어를 (말 그대로) 다시 '되찾아' 줘서 고맙다,고.


그로부터 또 몇 년 뒤, 7월의 끄트머리에서, 밥 말리의 리뎀션 송을 다시 듣는다. 맨프레드 맨즈 어스 밴드(Manfred Mann’s Earth Band) 버전으로, 잭슨 브라운(Jackson Brown) 목소리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버전으로도, 존 레전드(John Legend)의 목소리로, 사운드가든(Soundgarden) 출신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의 목소리로도 들어본다. 그래도 역시 원곡의 힘을 능가하진 못한다. 날고 기는 후배 가수들의 탁월한 버전이 김현식의 원곡이 주는 아우라를 뛰어넘지 못하듯.


나는 '무엇'을 ‘구하는(되찾는)’ 중인가?

나의 '시간'을?

(이러저러한 총합으로서의 동일한) ''를?

(이리저리 흩어지는 파편으로서의) ‘’를?


무엇이든.

redemption이 뜻하는 ‘구원’의 과정에 놓여 있기를.


그때 B가 무슨 생각으로 내게 그 노래를 보내주었는지 묻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freedom이라는 단어에서 함께 공감할 누군가를 떠올렸을까? 아니면 다음과 같은 가사 한 구절에서 불현듯 울컥하여 누군가에게라도 그 감정을 전달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심정이었을까?


Emancipate yourselves from mental slavery, none but ourselves can free our minds


누구든 자기 자신을 얽매고 있는 마음의 사슬에서 벗어나려 애쓰기 마련이다. B 자신의 상황을 생각해서였을 수도 있고, 탕진하듯 일하던 친구(바로 나다)의 딱한 모습이 떠올라서였을 수도 있겠지.


B는 올 여름 포르투갈에 가 있다. 장기간 머무르는 여행길에서 무엇을 구하고 있는지 (혹은 되찾고 싶은지), 어디 이번엔 내가 B에게 리뎀션 송을 보내주어도 좋지 않을까.


(2016-7-30)


https://youtu.be/kOFu6b3w6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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