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Jun 21.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주문, 의지의 접속사

메모를 들추다가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중국어 표현을 적어두었다. 중국어 수업 시간에 펑리가 알려준 것 같다.


尽管如此 Jǐnguǎn rúcǐ 찐꽌루츠.

내 필명으로 쓰고 있으니 당연히 시선이 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묘한 반전과 아이러니를 기대하게 한다. 그 기대 속에는 준비된 체념과 수용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그 체념은 포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희망적이고, 그 수용은 비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적극적이다. 시지프스의 사전에 포기란 없듯, 끊임없이 돌을 밀어 올리는 수용의 태도에 긍정이 도사리고 있듯.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생명은 언젠가 소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태는 계속된다.
꿈은 닿지 않아 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꿈을 꾼다.

쓰기는 거의 실패로 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기는 지속된다.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다린다.
 
등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앞과 뒤에는 무엇이든 놓일 수 있다. 무엇이 놓이든, 나는 生이 건네는 다양한 사태에 이 반전의 접속사를 들이밀 용의가 있다. 이 반전의 주문은 ‘의지’를 표상할 것이기에, 나는 이를 ‘의지 접속사’로 부르려 한다.  
 
반전은 매혹적이고, 의지는 생성(生成)하니 말이다.  
 
(2017-11-29)

매거진의 이전글 되찾기,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