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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 불구하고 Jun 18. 2020

위선에 관하여

위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천

나 자신의 위선에 참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괴로웠다. 다른 이의 위선을 참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분노했다. 타인의 위선을 견디는(때로 호의적인 체 견뎌야 하는) 나 자신의 위선엔? 체념과 환멸이 뒤섞인다.


위선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생각해본다. 아니, 위선에 관한 내 시선의 변천이랄까. 


1. 청소년기 : 라 로슈푸코의 인간 심리(위선, 허영, 자기애 등)에 대한 신랄하고 냉소적인 태도에 열광함. 

“위선은 악덕이 미덕에 바치는 경의를 뜻한다.”

-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중 218


2. 이삼십대: 다자이 오사무가 보여준 (세상에 대한) 절박한 방어기제로서의 '가면'과 '광대 짓'에 공감함. (작가와 주인공 모두) 자기 파멸로 치닫는 비극적 마감에 묘한 연민을 느낌.

“서로 기만하면서도 맑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제게는 그저 난해할 따름입니다.”

-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중에서 주인공 '요조'의 말


3. 현재 : 우디 앨런 식의 유머로 수렴되는 중. 부정도 긍정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수용. 위선 또한 너무나 인간적인 것일 뿐. 있는 그대로 수용하되 '살짝 비틀기'와 '유쾌한 찌르기'를 연마하고 싶다는 생각.

"A hypocrite is a guy who writes a book on atheism, and prays it sells.”
위선자란 자기가 쓴 무신론 책이 팔리길 기도하는 자이다.

- <Woody Allen : A Documentary> 중에서


(20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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