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후아로스 - '열세번째 수직선'
일주일 전 친구가 카톡으로 시 한 편을 보냈다.
오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존재하지 않는 새들이
그들의 보금자리를 발견했다.
어디에나 있는 그림자가
그들의 본체에 가 닿았다.
존재하는 단어들이
그들의 정적을 다시 획득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끔 세상의 균형을 유지시켜준다.
어떤 중요한 것이
저울의 빈 접시에 올라감으로써.
- 로베르토 후아로스(Roberto Juarroz), ‘열세번째 수직선’
두 줄의 답글을 보냈다.
무위의 미학.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엇을 하(게 되)는 것.
다시 친구의 답글 세 글자.
짝짝짝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요즘.
무엇을 하게 되는 (혹은 하는 중인) 나를 발견한다.
세상도 그런 것 같다.
(2020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