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무똥(mouton)' 맛집을 찾아서
무똥Mouton은 불어로 '양'이라는 뜻이다. 염소는 쉐브흐Chèvre라고 하지만 내가 지내고 있는 지역에서는 무똥을 먹는다는 것은 염소 고기를 먹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현지인들에게는 양고기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염소 고기를 먹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염소 고기가 현지인들에게 아주 싼 음식인 것은 아니다. 현지인들의 월급은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종업원들의 경우에는 하루 일급이 10달러도 안 되는 사람들도 많다. 내가 아는 현지인 친구를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월급이 150-200달러 정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성인 세네 명정도가 염소 고기 레스토랑에 가서 배부르게 먹으면 20달러 정도가 나온다. 한국의 식당으로 비유해보자면 아주 비싼 노포 식당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아프리카에서 지내는 동안 무똥 레스토랑을 10번 넘게 가보았고, 최소 다섯 군데의 무똥 레스토랑을 가보았다. 무똥 레스토랑은 외국인이 거의 없고 손님들은 현지 사람들밖에 없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이다. 가끔 중국인들은 본 적이 있지만 백인 손님들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실 내가 지내고 있는 지역의 한인들 중 무똥 레스토랑을 가장 다양하게 가본 사람은 나일 것 같다. 그만큼 외국인들은 잘 가지 않는 곳이다. 외국인들이 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위생일 것이다. 대부분 실외에 있고 바닥에 흙이 날리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아서 아주 아주 시끄럽다.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의자와 테이블만 펼쳐놓고 회를 먹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비슷한데 도로 옆이나 강가 옆에 위치해있고, 우리나라의 길거리 포장마차들보다 덜 깨끗하다고 생각하면 상상하기가 쉬울 것이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나라의 길거리에 있는 포장마차가 흙 위에 테이블이 있고 천막이 없고, 테이블의 개수가 굉장히 많고 시끄럽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은 친절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소위 말하는 고기 '밑장 빼기'를 하거나 안 좋은 부위의 고기를 줄 때도 있었다. 가끔 너무 심할 때는 직원에게 불만을 토로하기는 하지만 그냥 그런 곳은 다시 가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넘기고 나온다. 어차피 우리가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새로 고기를 구워달라고 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애초에 식당 측에서도 그다지 새로 구워줄 마음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소 고기가 어떤 맛이냐 하면, 조금 질긴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중간 정도의 맛인데 생각보다 향이 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이나 양고기도 못 먹을 정도인데 여기 와서 먹은 염소 고기는 다 괜찮았다. 아주 가끔 비계가 너무 많은 부분은 맛이 조금 특이하기도 하고 향이 확 날 때도 있기 때문에 잘 골라 먹어야 한다. 적당히 짭조름하고 고소하고, 누군가가 염소 고기가 아니라 소고기 특수부위라고 하면 속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은 주문을 하고 나서 아주 짧으면 40분, 아주 길면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보통 무똥 레스토랑에는 화덕같이 생긴 곳에서 고기를 구워준다. 중간중간 물인지, 기름인지 모를 투명한 액체를 뿌려주는 걸 볼 수 있다. 현지에서 재배하는 고추와 양파를 썰어 넣어주고 지글지글 끓이듯이 오랫동안 익혀서 나온다. 주문을 하면 매달려있는 염소 고기를 눈앞에서 바로 엄청 큰 칼로 툭 툭 잘라서 구워준다. 가게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같이 판다. 돼지고기의 경우, 목살 같은 부위를 큼지막하게 썰어서 구워서 주는데 돼지고기가 제일 맛있고 염소 고기보다 덜 질기다. 닭고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훈제 닭고기인데 잘게 썰어져 있는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기를 구워주는 사람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너무 오래 구우면 질기거나 탄 부분도 있다. 기호에 따라 원할 경우, 고추와 양파를 더 넣어서 구워달라고 할 수 있다. 양파는 기본으로 1-2개를 넣어주고 더 추가할 때는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 현지에서 나는 고추를 얼마나 많이 넣어주느냐, 양파를 얼마나 굽느냐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매력이 있다.
사이드 디쉬로 주로는 감자튀김을 추가하고 현지 전통 음식도 가끔 추가해서 먹는다. 바나나 플랜틴을 먹을 때도 있다. 기본적으로 맥주와 음료수를 같이 먹는다. 고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주문해놓은 음료를 마신다. 현지인들 기준으로 염소 고기가 가격이 매우 낮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음료만 마시러 오는 현지인들도 많다. 식당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식당들보다 무똥 레스토랑의 음료 가격이 싸다. 큰 맥주 한 병이 아무리 비싸도 3.5달러를 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앞으로 어느 나라에 정착하게 되고, 어느 나라에서 생활을 하며 지내게 될지 모르겠다. 나중에 아프리카에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특별했던 음식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보면 스테이크 한 덩이에 60달러였던 고급 레스토랑이나 한 끼에 150달러씩 내고 먹었던 이탈리아 레스토랑보다 무똥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말 그대로 이곳에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이고, 여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니까.
무똥 레스토랑에 대해 처음 들어봤을 때에는 현지인들만 많이 가는 곳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무서워서 가 볼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었다. 누구와 같이 가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었다. 처음부터 도전해보고 더 많은 곳을 돌아다녀보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조금 들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무똥 레스토랑 자체를 아예 도전해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경험했으니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같이 무똥 레스토랑에 가보자고 해주었던 친구에게 정말 고맙다. 역시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의 벽을 낮추고, 먼저 다가가는 것만큼 해외에서 적응하기 쉬운 방법은 없나 보다. 이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지낼 때도 내가 지금처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