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퇴사를 결심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최대한 많은 나라를 둘러볼 수 있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여행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오면 다시 취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나를 엄습해오기는 하지만, 나중에 관 뚜껑을 닫고 들어갈 때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세계 여행을 결국 못했다는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자면 3년 뒤 사고로 내가 죽게 된다면? 아니, 당장 내년에라도 코로나와 같은 펜데믹 상황이 또다시 발생해서 여행을 결국 포기하게 되고,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얻어서 여행을 할 기회를 영영 얻지 못하게 된다면?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언젠가는 가게 될 여행을 꿈꾸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여행을 갈걸'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여행을 하다가 삶을 마감하는 편이 더 나와 잘 어울리는 선택이다.
다행히도 주변에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은, 내가 여행을 다녀오기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닌 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대학생 때 가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아직 젊고 어린 나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불안함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한국에 있으면 유독 주눅이 들고, 내 나이대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언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는지에 대해 신경을 너무 많이 쓰게 된다. 영원히 안 하는 것보다 결국에는 뒤늦게라도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나으니까.
확정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의 계획은 한국에 돌아간 뒤, 천천히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돌아보고 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산이 넉넉하다면 남미도 가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남미는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까운 아시아부터 시작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을 둘러보고 돌아올 계획이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편이라서 아직까지도 미확정이지만, 큰 틀을 이렇게 세워두고 있다.
이런 결심을 한 데에는 여러 사람들의 영향이 있었다. 어느 순간 내 삶에 스며들어온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세계 여행을 이미 다녀온 지인, 퇴사 후 세계 오지 탐험을 하고 있는 지인, 스페인과 멕시코에서 살다가 와서 내게 두 군데는 꼭 가보라고 추전 해준 친구, 아프리카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서 한국 여행을 왔을 때 만났던 인도 친구, 베트남을 사랑하는 친구, 틀에 박힌 삶을 살지만 이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말하던 어른, 배려할 줄 모르는 나이만 많은 사람까지. 하나하나 다 풀어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의 퇴사와 세계 여행에 크고 작은 영향들을 미쳤다.
사실 아직도 내가 선택하기로 한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것인지 모르겠고 불안함이 마음 한편 깊숙한 곳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온다. 불경기가 이어진다는 뉴스와 환율이 들쑥날쑥하고, 제2의 IMF가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모두 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결심을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무엇인가가 언제나 내 발목을 잡을 것이고, 핑계는 항상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결심했고, 브런치를 시작할 때부터 꿈꾸던 세계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여행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