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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올라 Dec 11. 2022

베트남에서 캄보디아까지 버스 타고 국경 건너기

동남아시아 - 캄보디아, 프놈펜 01

 사실 계획형 인간은 아니지만 원체 걱정이 많아서 숙소나 이동 수단은 거의 다 한국에서 예매하고 결제까지 한 뒤에 여행을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캄보디아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할 것인지, 비행기를 타고 갈 것인지 엄청나게 고민했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뭔가 잘못되면 어떡하나. 버스를 타고 가는 데 이상한 데로 가면 어떡하지. 입국 비자를 안 내주면 어떡하지 등등. 고민만 한 일주일 정도 했다. 살면서 한 번 정도는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보고 싶다는 마음과 환경을 위해 비행기를 적게 타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을 잘못 찾아가서 우당탕탕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지만 다행히 일찍 나와서 재빠르게 다시 그랩 택시를 잡고 제대로 된 장소로 찾아갔다. 내려서도 길에서 헤매고 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버스 사무소는 저기라며 손가락으로 가르쳐주셨다. 아직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마음속으로 조금 눈물이 났다. 낯선 곳에서, 기대하지 않은 호의를 느끼는 순간들은 정말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감동이다. 혹시라도 국경을 넘는 버스표를 예매한 사람이 있다면 꼭 이메일로 받은 티켓에 적힌 정류장을 확인하고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바보처럼 티켓 예매 사무소로 갔다가 아침부터 정말 혼이 쏙 빠졌었다.

나 혼자 편하게 타고 간 리무진 버스

 8시 출발 버스인데 8시 3분에 도착해서 걱정 가득한 얼굴로 뛰어들어갔더니 운 좋게도 승객이 나 한 명이라 버스가 아직 기다리고 있었다! 티켓을 보여주고 짐을 풀고 리무진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베트남에서 캄보디아까지 짐을 운송하고 현지인들을 이동해주는 리무진 버스였는데 혼자 푹 자면서 이동했다. 국경에 도착하자 갑자기 내리라고 하여 짐을 다 챙기고 내렸고, 운송 회사 직원 한 명이 같이 비자를 받는 곳으로 데려가 주었다. 요즘은 가격이 올랐다고 하더니, 캄보디아 도착 비자(직원이 도와주는 비용 포함) 비용으로 40불을 요구해서 돈과 여권을 줬더니 알아서 비자까지 다 받고 국경 건너의 버스까지 데려다주었다. 운송 회사 직원이 국경에서 잠깐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리는 동안 유심칩을 파는 사람이 와서 6불에 20GB(2주 사용 가능) 유심을 구매했다. 운송 회사 직원과 함께 국경 사무소를 지나서 캄보디아 내에서 이동할 버스를 탑승하면 베트남 출국-캄보디아 입국은 끝이 난다.

 이 버스도 역시 나 혼자 외국인이었고, 현지인 2명 정도와 짐 몇 개만 싣고 달렸다. 중간에 내리길 원하는 곳을 물어보셨는데 의사소통이 잘 안 돼서 결국 원래 도착지인 운송 회사의 캄보디아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랩 택시를 통해 호텔로 가려고 했는데 한국 신용카드가 등록이 안되었고, 캄보디아 돈도 없어서 환전소를 찾아서 20kg의 배낭을 메고 10분 정도 걸어갔다.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 중간중간 툭툭이를 타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삐끼인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현지 돈이 없어서 어차피 탈 수 조차 없었다. 급하게 돈을 환전하고 택시를 잡아서 호텔로 갔다.


베트남 목바이-캄보디아 국경 건너는 중. 여권과 돈을 직원에게 전달하고 내가 한 건 따라서 걸어간 것 빼고 아무것도 없다

 카드 결제가 안돼서 캄보디아에서는 택시와 그랩 배달 등 모두 현금으로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베트남 이후 모든 곳에서 그랩 카드가 등록이 안되었다. 호텔 방은 싼 가격에 비해 만족스러웠다. 호텔에 가서 짐을 풀고 바로 근처 공원과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하루도 안 지났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정말 착하고 순하다는 게 느껴졌다. 분위기나 길거리는 내가 지냈던 아프리카와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도 좋은 사람들만 만나긴 했지만, 캄보디아의 삐끼들은 훨씬 더 순했다. 베트남은 끝까지 쫓아오거나 몇 번을 강요하는 데 캄보디아에서는 한 번 싫다는 의사 표현을 하면 대부분 바로 떠났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중앙에 있는 '로열 팰리스' 공원에 가서 엄청나게 많은 비둘기 떼를 보고 졸아서 바로 중앙에 있는 사원으로 갔다. 작은 화환을 사서 불에 태우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두리번거리자 캄보디아 상인들이 도와주었다. 근처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나에게 영어로 설명해달라고 말해주셔서 설명을 듣고 천천히 향초도 태우고 기도를 드리고 올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큰 일없이 마무리되기를 기원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다들 어쩜 이렇게 웃는 상일 수가 있을까. 마음이 너무 편안해지고 고마움만 가득한 하루였다.

 저녁은 크메르 음식을 먹어보자는 결심을 하고 식당에 가서 크메르 음식을 시켰는데, 누차 말하지만 걱정이 많은 편이라 맛이 없을까 봐 볶음면과 감자 크림수프도 시켜서 먹었다. 결론은 볶음면 정말 시키길 잘했다! 크메르 음식은 청국장 같은 냄새가 나고 오이와 상추 등 야채와 쌀밥이 나오는데 무슨 맛인지 도통 모르겠고 입맛에도 잘 맞지 않았다. 시도해본 것에 의의를 두고 '왓 랑카' 사원에 들렀다가 공원으로 걸어가는 데 어떤 장관의 차량이 지나가야 한다며 차량과 인도를 통제한다고 하여 근처 인도에 한참 동안 서있었다. 마치 아프리카에서 지낼 때, 정부 고위직 간부가 지나가면 모든 도로를 통제하던 것과 비슷해 보였다. 아프리카에서 지낼 때 하루에도 몇 번씩 정부 고위급 간부가 지나간다며 길을 막고 수십 대의 차량과 경찰들이 호송하며 지나가는 걸 보던 게 생각났다. 차량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다가 스리랑카에서 태어나 캄보디아에서 남편과 사업을 하고 있는 켈라니를 만났다. 걸어가는 동안 케이팝 이야기와 자기 조카들은 한국을 정말 좋아해서 젓가락 사용하는 법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너무 귀여웠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대체적으로 한국은 스위트 한 로맨틱 코미디와 달달한 커플의 이미지인가 보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 드라마는 섹슈얼한 스토리가 없이도 달달하게 연애를 하는 장면들이 나와서 좋다고 했었다. 그런가...? 정작 한국인인 나는 한국 드라마를 잘 안 봐서 모르겠다.

 아침부터 우왕좌왕 우당탕탕 국경을 건너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치고는 잘 마무리된 하루였다. 캄보디아는 베트남보다 조용했고, 앙코르 와트로 유명한 씨엠립이 아닌 프놈펜은 볼 게 많은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좋아서 아직도 마음속에 좋은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버스로 국경 넘기는 나같이 걱정 많은 사람도 쉽게 할 정도로 별 거 아니니 걱정 말고 도전해보길 바란다.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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