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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덕생 May 26. 2023

  내가 꿈꾸는 숲을 위하여..  

이 나이에도 꿈을 꾼다…

 체인 톱의 경쾌한 소리가 또 하나 나의 삶을 깨운다. 사람의 손길은 참으로 귀한 것임에 틀림없다. 잠깐 스쳐 지났을 뿐인데 풍경이 바뀐다. 내가 꿈꿔어 왔던 모든 것을 이뤄낸 것 같은 착각에 잠시 몽환적인 딴 세상에 빠져든다.

조그마한 비지니스를 정리하고, 세상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살겠다는 삶을 추구했지만,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어쩔 수가 없는가 보다. 3개월 정도의 미국, 캐나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우리 두 사람은 많은 고민에 빠져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꿈꾸어온 삶에 대한 가장 큰 장애물은 넉넉지 못한 노후 자금이었다. 고민 고민 끝에 집사람은 작은 개스 스테이션을 맡아서 하고, 나는 우리 가족의 추억과 미흡한 미래를 위해 어떤 프로젝트를 실행해 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갔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집사람과 아들 딸의 동의를 얻고 나서, 인터넷을 뒤지고 열심히 발품을 팔고 쏘 다녔다.

그렇게 찾아 헤매다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곳을 점찍고서 잠시 머물수록 있는 RV를 끌고 자주 그곳을 들런다.



숲을 할퀴고 가는 바람의 날카로운 소리가 뜻밖에 삶에 청량감을 더하는 것 같다.

바람 소리가 더없이 좋다! 어쩌면 내 겨드랑이를 스치며 ‘ 너는 날개를 달아야 해! 그래야 내가 너를 마음껏 여행을 시켜줄 수 있어!’ 그렇게 내게 속삭이는 것 같다.

숲의 빈틈을 뒤집고 스며드는 해 질 녘의 햇살이 정겹다. 작은 땅덩이지만 이곳에 내가 꿈꾸워 온, 누구나 흉내 낼 수 없는 그런 오두막을 짓고, 숲의 틈새는 푸른 블루 벨 꽃들이 피어나는 요정의 숲을 지금 나는 꿈꾸고 있다.

그 꿈의 실현을 위해 나의 보잘것없는 노동을 투자하여 나무를 베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추어의 솜씨는 늘 능률이 오르지 않지만, 한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그러면서 남들 보기는 별거 아닌 것 같은 조그마한 것에 성취감을 느끼며 우쭐해하는 그런 보편적 특성으로 일을 해 나간다고 본다.

나도 그렇게 일을 해 나가고 있다. 서두를 것은 없다. 이런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땅을 찾기 위해 조지아 북쪽 구석구석을 얼마나 헤맸던가?

그렇게 찾아 헤매다, 제약받지 않는 곳, 쉬엄쉬엄 조금씩 이루어 갈 수 있을 것 같은 이곳을 낙점했다.



일 그만하고 쉬어가라는 듯,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빗소리를 안주 삼아 쇠주 한잔에 인스턴트커피까지 곁들여 호사를 누리며 궁상겸 낭만을 누린다. 어찌 보면 삶은 순간순간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며 즐기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천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제법 거세다. 빗소리 덕분에 젊은 날의 추억을 되새겨 본다. 세상의 낭만의 모든 것을 체험하겠다는 아집으로 수업  땡땡이치고 캠퍼스 가까운 어느 작은 연못가의 원두막에서 온종일 빗소리를 들으며 막걸리를 즐기던 젊은 날의 치기가 새삼 기억 속에 아련인다. 그래, 아무튼 지난 간 20대의 시절은 어쩌면 인생은 황금기가 아닌가 싶다. 때론 온 세상의 모든 고뇌와 번뇌를 다 짊어진 듯 괴로워하고, 때론 세상의 모든 것이 내 마음먹은 대로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오만으로 휘젓고 다니기도 하고…. 그리하여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어벤저스가 되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갈 막막함에 가슴이 꽉 막히기도 한 그런 시절, 그 20대가 그립다. 지금 60대 이 나이에…..





다시 돌아온 나의 보금자리 숲..

나무를 자르고, 돌을 주워 모으고  부지런히 이리저리 몸을 놀린다. 작은 노동에 의한 변화를 즐기며 머릿속에 수많은 조감도를 그려 본다. 그 상상만으로도 일은 즐겁고 마음은 유쾌하다.

일을 끝내고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누군가가 지나가다 잠깐 멈춰 이야기를 건넨다. 이곳에 사는 이웃이다. 조용하던 숲에 약간의 변화가 있고, 낯선 차가 주차하여 며칠을 머물다 사라지니 궁금할 수밖에 없나 보다. 지난번엔 바로 건너 건너 이웃에서 요가 센터 겸 여러 가지를 하고 있는 젊은 백인 친구가 인사를 건네더니만, 오늘은 밴을 운전하고 온 털보 백인 아저씨가 인사를 건넨다. 친절하게도 자기 밴은 언제나 비어 있으니 쓰레기봉투를 두면 자기 밴에 실어 처리해 주겠단다.

고맙긴 그지없다. 지금까지 나의 쓰레기는 돌아갈 때 차에 싣고 돌아간다고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한다. 다음번 올 때는 달걀을 가져다주겠단다. 원더풀!! 땡큐 베리 마치!! 참으로 고맙다.

산악 마을 이면서 시골이라, 한국 시골의 훈훈한 인심을 느낀다. 이민 와서 작은 비지니스를 하면서 상업지역에서 부대낀 그런 인간관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드디어, 진실로, 가슴 훈훈함에 폐활량이 200% 업되어 내 몸이 둥둥 숲을 떠다닌다.


 

적막한 숲, 가끔씩은 차들의 주행소리만 들리는 지방도로에 인접한 나만의 세상,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그 음악에 맞춰 와인 한잔을 곁들일 수 있는 여유, 낮 시간에 일을 끝낸 후의 나만의 그런 풍요로운 세상을 나는 나름 즐기고 있다. 아무튼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즐기며 어쩌면 보잘것없는 미래를 설계한다.

인생에 있어 어느 시기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인지 우리는 가늠하지 못한다. 사람마다 어떤 시점이든 굴곡이 있어 그것을 극복하고 헤쳐나가면서 세상의 ‘희로애락’을 체험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생의 ‘희로애락’의 시점은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인생의 새로운 설계를 할 때는 가슴이 쿵덕이고, 행복의 수치는 더 올라가는 것은 분명할 터이다.

나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것이 스쳐가지만  그래도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내가 가장으로서 책임을 진 그 시점과, 지금 이 시점이 가장 가슴 쿵덕이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나의 꿈, 나의 숲, 우리 가족의 숲을 위하여 나는 예순 이후의 내 삶을 이곳에 투자하련다.

그리고 작지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들의 숲, 우리 가족의 숲을 나와 우리가 만들 수 있기를 꿈꾸며 나는 나의 보잘것없는 노동을 투자한다. 이 작은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해준 집사람, 아들, 딸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내가 꿈꾸는 아름다운 숲을 위해 나의 노력을 배가할 것임을 다짐한다.

오늘따라, 젊은 날에 듣던 음악들이 귓가에 정겹다. 늘 이런 감정이 나만 아니라 내 주변의 모두에게 늘 상존했으면 좋겠다.

내가 꿈꾸는 숲, 우리 모두를 위한 숲을 위하여!!! 큰 심호흡으로 또 한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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