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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Jul 26. 2020

영화<라 비앙 로즈>-편집과 음향   

라 비앙 로즈-편집과 음향     

  이 영화는 에디트의 생애를 다룬 전기 영화로, 부침을 거듭하는 그녀의 삶의 이력을 반추해본다. 교통사고, 마약, 딸의 죽음, 어머니에게 버림받음, 무대공포증, 등등 많은 사건들이 그녀의 굴곡진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고난들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고, 하나하나의 사건 사고들을 넘어서는 음악에 대한 그녀의 열정에 역점을 둔다. 비록 그녀가 희구한 대로 평탄일로의 인생을 살아가지는 못했지만, 어떠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노래에 대한 애착과 희망에 대한 의지로 일관한 그녀의 태도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따라서 이 영화는 그녀의 삶에 드러난 표면의 사건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발생한 사건의 이면에 담긴 삶에 대한 그녀의 관점을 전달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 영화는 편집과 음향 부분에서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적절한 편집과 음향으로 삶의 편력을 효과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과거의 사건과 (과거 기준) 미래의 사건을 교차 편집하는데, 영화 전반부는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교차편집하고, 후반부는 청년 시절과 노년시절을 교차편집으로써 그녀 생애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전반부는 유년 시절 그녀가 가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같은 배경을 설명하는 한편, 후반부는 ‘마르셀’(그녀의 첫사랑 상대와 그녀의 딸)과의 사랑을 통한 황홀함과 상실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교차편집 방식은 특히 초반부에 꽤 많이, 빠른 속도감으로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 또한 그녀의 직업이 가수인 만큼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빛나는 그녀의 모습을 강조한 편집과 음향도 적절했다.

  두 번째 이유는 편집과 음향이 객관적인 사건 전달 외에도 그녀의 태도와 관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르셀이 비행기 추락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에디트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비통해하는지에 대해 길게 원 테이크로 촬영을 한 후, 바로 에디트의 노래하는 모습으로 즉각적으로 넘어간다. 즉, 마르셀을 애절하게 사랑한 크기만큼 그를 잃은 상실감의 크기도 크므로, 그녀의 슬픔은 긴 호흡으로 충분히 보여주되, 애통한 감정에 빠져있지 않고 곧바로 사랑에 대한 그녀의 노래로 전환함으로써 슬픔을 노래를 승화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장면은 사랑을 중시하는 그녀의 태도를 보여주는 한편, 슬픔이라는 감정에 지나치게 침잠하지 않고 극복하는 그녀의 관점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녀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무대에 설 때, 그녀의 노래 소리는 묵음처리하고 노래하는 무대에서의 모습만 시각적으로 강조한 점도 창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가수의 삶을 다룬 영화에서 첫 무대의 노래를 보다 극적으로, 감동적으로 표현해내기 위해 시각적 효과보다는 청각적 장치를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에 어긋난 것이다. 이 장면의 시각적 강조는 그녀가 무대공포증과 두려움, 망설임을 극복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극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장면의 편집과 음향은 단순히 그녀의 훌륭한 가창력이나 무대 장악력을 과시하지 않고, 그녀의 감정과 태도를 보다 세밀히 묘사하는 데 정성을 들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서 그녀가 죽음을 맞이할 때 인터뷰-과거 회상-죽어가는 그녀의 현재 모습이 교차하는데, 이 장면은 그녀의 삶, 생각, 태도 등을 집약적으로 요약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뷰 내용이 그녀가 이성적으로 취하고자 했던 삶에 대한 관점이라면, 과거 회상은 실제 그녀의 삶을 보여주고, 현재 모습은 두려움이 섞인 불안한 눈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노래에 대한 사랑, 사랑하는 사람(마르셀)에 대한 그리움, 회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후회 없고 최선을 다한 인생이라는 생각 등등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과 생각들이 뒤엉켜 폭발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으리’라며 결연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이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그녀의 인생과 영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나약한 모습, 열정적인 모습, 사랑하는 모습, 후회하는 모습, 방탕한 모습 등등이 혼재하고 있는 그녀의 삶은 결국 ‘후회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간다는’ 태도로 귀결되는 것이고, 이는 바로 감독이 이 영화와 에디트를 통해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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