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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Aug 24. 2020

"할머니는 왜 어린애처럼 되어갈까"

[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 영화 "축제"

“할머니는 왜 어린애처럼 되어갈까?

- 영화 <축제>, 감독-임권택, 1996     


거장 임권택 감독과 안성기 주연의 영화 <축제>는 늙어감, 죽어감 그리고 죽음에 대해 훌륭한 교재가 되는 작품이다. 이청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정확히는 소설과 동시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전통 장례절차가 상세히 묘사되어 있어 사회, 문화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와 아들 준섭(안성기) 부부 그리고 준섭의 딸 은지가 등장한다.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 과정에서 어린 딸 은지가 엄마, 아빠와의 대화를 통해 늙어감과 죽어감에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매우 독창적이어서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할머니는 우리에게 나이와 키와 지혜를 나눠주시기 때문에 자꾸 어린아이처럼 되는 거란다.   

 손녀의 눈에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키가 작아지고 어린아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아빠(안성기)의 설명은 이렇다. 할머니는 엄마, 아빠에게 나이를 나눠주시다가 손녀가 태어나자 손녀에게도 나이를 나눠주신다. 나이를 나눠주시는 만큼 할머니는 어려지고 키도 작아진다. 그리고 나이를 나눠준다는 것은 지혜를 나눠주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은 자식과 손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눠 줄 나이와 지혜가 없게 되면 할머니는 갓난아이처럼 되고 결국 죽게 되지만 그 영혼은 다시 아기로 태어난다. 하지만 모두가 다시 아기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이 세상에 살면서 착하고 옳은 일을 많이 한 사람만 가능한 것이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늙어감과 죽어감에 대해 이렇게 쉬우면서도 창의적인 해석과 설명이 있을까? 영화에서 아빠(안성기)는 어린 딸에게 치매로 인해 어린애처럼 되어가지만 나이와 키와 지혜 그리고 사랑을 나눠주시는 할머니를 잘 돌봐드리고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경험할 기회가 별로 없는 요즘 어린 자녀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또 들려줘야 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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