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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Aug 22. 2020

"죽고 나면 어떻게 돼요"

[영화로 풀어가는 죽음학 이야기] / 영화 "디 아워스"

“죽고 나면 어떻게 돼요?”

- 영화 <디 아워스, The Hours>, 감독-스티븐 달드리, 2002


만약 어린아이가 당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뭐라고 답해 주겠는가? ‘몰라도 돼’ 또는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야!’ 이렇게 말해 줄 건가? <디 아워스>는 영국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그린 영화이다. 어느 날 그녀의 집에 놀러 온 어린 조카가 정원에 죽어 있는 작은 새를 보며 버지니아 울프에게 질문을 한다. "죽고 나면 어떻게 돼요?" 작가였던 울프의 대답은 어땠을까?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지..." 그러자 조카는 자신은 어디서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린아이다운 솔직한 대답이다. 울프는 자신도 어디서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구요?...저는 어디서 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아동은 구체적 조작기(학령기, 7~11,12세)에 이르러서야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고 보존 개념을 획득하게 된다. 자기 중심성이란 예를 들어 엄마의 생일에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엄마도  좋아할 거라 믿고 생일선물로 고르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면 타인도 좋아할 거라는 자기중심적인 생각 때문이다. 보존 개념은 같은 양의 물이 서로 다른 모양의 컵에 담겨 있어도 그 양은 달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영유아기나 학령기 이전에는 죽음을 피할 수 있거나 돌이킬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학령기가 되어서야 죽음의 보편성(누구나 죽는다)과 비가역성(돌이킬 수 없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논리적, 추상적 사고가 가능한 청소년기(형식적 조작기)에도 종종 죽음은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는 죽음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서 그렇다.      

죽음으로 인해 느끼는 슬픔이나 상실감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을 경우 인지, 정서, 행동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동은 자라면서 여러 가지 형태로 죽음을 접할 수 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죽음, 반려동물의 죽음, 뉴스나 매체를 통해서 보는 타인의 죽음 등 주변에서 접하는 다양한 죽음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죽음으로 인해 느끼는 슬픔이나 상실감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을 경우 인지, 정서, 행동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어린 자녀를 장례식에 데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대화를 나눌 기회도 거의 없다. 그것은 부모들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죽음이 삶의 한 부분임을 알게 하는 것이 더욱 성숙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흔한 경우는 아니겠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의 죽음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아이에게 엄마 또는 아빠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말하는 것은 좋은 일일까? 아니면 죽음이 임박할 때까지 숨기는 것이 나은 일일까? 아이가 성년이 되어 부모의 죽음을 지속적으로 돌이켜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떤 결정이 좋은 것일까? 죽음학에서는 죽음을 있는 그대로 설명할 것을 권유한다.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다. 죽음이 삶의 한 부분임을 알게 하는 것이 더욱 성숙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대형 참사와 같이 사회적, 집단적 죽음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동이나 청소년이 죽음으로 인한 상실과 애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할아버지는 어디 있어요?>
‘할아버지는 그냥 주무시는 것 같아요’라는 아이의 말에 ‘주무시는 게 아니라 돌아가신 거야’라고 사실대로 말해준다.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죽음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죽음과 관련한 여러 상황에 대해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그런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죽음 교육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아동의 경우 동화책을 활용해 죽음을 설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할아버지는 어디 있어요?>(콜레트 엘링스 지음, 시공주니어, 2008)라는 책에서는 ‘할아버지는 그냥 주무시는 것 같아요’라는 아이의 말에 ‘주무시는 게 아니라 돌아가신 거야’라고 사실대로 말해준다. 아이로 하여금 죽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례절차에도 참여하게 한다. 할아버지의 무덤가에 꽃을 심은 아이는 할아버지를 보고 싶어 하고 종종 무덤에 찾아가 그 꽃이 자라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죽음은 슬픔이나 두려움의 기억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된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속에 여전히 살아있는 할아버지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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