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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랑 Jun 26. 2020

아이들이 캔 건 행복감자

내가 캔 건 실망감자

감자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된 게 몇 가지 있다.

첫째. 감자는 꽃이 핀다. 흰 꽃에는 흰 감자, 자주 꽃에는 자주색 감자가 달린다.

둘째. 감자알의 크기를 키우려면 감자꽃을 떼어줘야 한다.

셋째. 줄기가 시들시들해지면 감자를 캔다.



주말에 방문한 텃밭에는 어느새 감자줄기가 시들시들해져 있었다.

 오호라! 지금이구나. 수확의 기쁨을 기대하며, 아이들까지 달려들어 호미와 삽으로 갑자를 캤다. 으음? 감자알이 너무 작고, 양도 너무 적은데...

그나마 먹을만한 크기는 요것뿐!


큰 이득을 바라고 키운 감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름 한철 간식거리는 될 줄 알았다. 심은 공이 있으니, 본전을 뛰어넘는 양을 캐어 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온 양은 고작 두 바가지. 역시 땅은 초보 농사꾼에게 속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 캐는 감자에 아이들은 신이 났고, 작은 감자가 나올수록 귀엽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어른들의 표정이란...... 사실 씨감자를 만 원어치 샀는데, 캔 양도 돈으로 따지면 비슷하니 허무하긴 하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감자를 캤건만, 아이들이 캔 건 행복감자요... 어른들이 캔 건 실망감자라고나 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감자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하지만 땅 속에 묻혀있는 감자를 캐려면 호미나 삽으로 주변 땅을 뒤엎게 된다. 과연 야생 감자가 아닌, 농작물로 심어진 감자가 여러 해 살긴 살까? 당연한 대답이지만, 못살아낼 거다. 사연이 있는 감자밭이라서, 주인이 버려둔 거라면야 모를까, 다들 쏙쏙 캐어서 던져버릴 것이다. 그렇다면야, 작은 크기로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 그건 감자의 복수가 아닐까. 그 감자의 복수에 초보 농사꾼인 우리가 된통 당한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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