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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랑 Jan 29. 2024

아듀... 2023, 잘 가라 모닝

모닝은  마지막까지 강렬한 추억을 남겼다.

2023년이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남들보다 무려 29일이나 늦게 끝난 우리의 2023년. 아듀~ 다신 만나지 말자.


사실 우리의 2023년은 평범했다. 딱히 잘 풀린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고난의 구렁텅이에 빠질 만한 일도 없는 무난한 그런 나날들.  12월의 마지막 금요일에 생긴 교통사고만 아니면, 몇 해 뒤에는 2023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생각도 안 났을 그런 평범한 한 해였단 말이다.


29일 오후에 딸과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남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사고가 나서 모닝을 폐차해야 한다는 말과 얼른 집으로 오길 바라는 목소리... 차가 폐차 될 정도면 사람은 괜찮은 건지, 왜 병원이 아니라 집에 있는지 이상하고 궁금한 것 투성이었지만, 남편은 평소와는 달리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얼른 챙겨서 집으로 가보니 잔뜩 찌그러져있는 모닝과 한없이 우울해 보이는 남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헉!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일단 남편은 안 다친 것 같고, 차는 왜 찌그러진 거지? 번호판은 어디에?

사고차량이 왜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거지?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설마

모닝을 너무 사랑하는 남편이 다친 몸을 이끌고 차를 몰고 왔나?

저걸 어떻게 해야 하지?

두통이 머리끝까지 올라왔지만, 나보다 더 당황스러워하는 남편을 보니 내색도 못하고 자초지종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꽝꽝꽝꽝꽝... 내리막길 5중 추돌 사고였고, 남편의 모닝이 마지막 5번째 차였다고 한다. 게다가 4번째 차는 벤... 츠... S 클래스.


오... 마이.... 갓.....


상상만 해 봤던, 말로는 못 들어보았던

모닝이 벤츠를 박는 사고를 내 남편이 내다니.

모닝이 완전 찌그러질 정도인데, 벤츠는 도대체 견적이 얼마나 나오는 걸까.

5번째 차량이면 4대 차를 다 수리해줘야 하나?

그... 그... 그러면 도대체 얼마가 드는 거지?



다행히 이미 4대가 사고가 난 상태에서 난 사고라, 모닝은 4번째인 벤츠의 뒤 범퍼만 보상해 주면 된다고 했다. 벤츠 차주는 몸은 이상 없으니 대물보상만 하면 된다고 했고, 남편도 다친 곳은 없다고 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면 좋았을 텐데, 우리 모닝은 왜 저렇게 찌그러진 거지? 견적은 얼마가 나오는 거야?

남편의 어림짐작으로는 300,400만 원은 족히 나올 것 같다고 했고, 13년 된,  20만 KM를 달린 모닝을 그 정도 돈을 들여서 수리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서 집으로 차를 견인해 왔다고 했다.


벤츠 수리비와 모닝 수리비.

벤츠 수리 할증과 모닝 수리로 인한 할증

결국 고민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우리는 모닝을 폐차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모닝의 보험도 해지했다.

폐차야 진작에 했지만, 벤츠의 수리가 마무리되지 못해서 차도 없는 상태에서 보험을 한 달간 더 유지했던 것이다.



잘 가라 모닝~

아듀2023년.

행복하자.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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