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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숙 Monica Shim Sep 18. 2023

1. 파리를 향해

파리 프랑스 7.21

"파리에서 3개월 일할 거예요. 엄마, 아빠랑 함께 휴가와요."

대학 때부터 유럽을 꿈꾸던 딸이 드디어 파리에 입성했다.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다. 딸이 있으면 비행기 탄다는 말도 맞다. 딸 덕분에 나도 파리 입성이다.


 파리에 갈거라 하니 주위의 반응이 두갈래로 나뉘었다. 한편은 아름답고 낭만 가득한 파리를 잊을 수 없다  했다. 그들은 파리의 낭만에 물씬 젖어보고 오라느니 세느강변을 분위기 있게 걸어보라느니 최고의 예술도시니 미술품과 문화재를 원없이 보고 즐기고 오라했다.


  한편은 다시는 방문하고 싶지 않은 도시라 했다. 소매치기가 들끓어 한시도 마음놓고 다니지 못한다느니 화장실 인심이 고약해 배탈났을 때 악몽이었다느니  백화점 직원들의 불친절과 무례함에 누가 손님인지 직원인지 헷갈렸다 했다.


 그러나 파리에 대한 불만이 아무리 많아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 던 갈릴레이 말처럼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파리를 방문하고 싶은 도시 일위로 꼽는다'니 어찌하겠는가.


 대학 때 외국어 강좌가 끝나면 영어를 듣는 교실과 불어를 듣는 교실에서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의 패션이 달랐다. 평범한 복장의 영어 수강생과 다르게 불어 수강생은 강사부터 패션 감각이 남달랐다. 파리지엥은 폼생폼사족이라 감옥에 죄수들도 죄수복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시위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프랑스인은 유난히 영어를 싫어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 이유를 알고 싶었다. 불어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역사적으로 1337년부터 1453년까지 백여 년 동안 프랑스와 영국은 영토 문제와 왕위 계승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을 했다. 이른바 유럽에서 가장 오랜 전쟁이었던 백년전쟁이다. 프랑스땅에 영국군이 들어와 싸우다 보니 프랑스는 피해가 컸다. 당시 멀리서 화살로 대적하는 영국인을 칼로 싸우던 프랑스인이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프랑스는 수많은 전쟁에서 번번이 지기 일쑤였다. 바다 건너 섬나라인 영국에게 입은 피해가 많았던 프랑스 입장에서는 영국을 좋아하기 힘든 게 당연할 것이다. 한국인이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영국과의 축구 시합에는 반드시 이기고 싶어 하는 프랑스인의 정서도 일본과의 경기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우리와 닮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외국인이 일본말로 길을 묻는다면 우리는 기분이 좋겠는가.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니 영어 사용을 싫어하는 프랑스인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같은 처지를 당해 본 민족끼리 통하는 동병상련 (同病相憐)의 심정이랄까. 프랑스가 왠지 가깝게 느껴졌다.


 파리행 항공 프랜치비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물 좀 주세요'를 불어로 어찌 말하냐 물으니 영어로 얘기해도 알아듣는다며 웃는다. 불어를 배우고 싶어서 라하니 금세 얼굴이 환해지며  물 주세요는 '더로 시부플레' 라고 종이에 적어준다. 어눌한 발음이라도 한국말로 내게 인사를 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기분이 좋듯 프랑스인도 그러할 것이다. 이번 여행은 불어로 인사정도는 할 수 있는 예를 갖추어 보리라. 곧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파리를 만나는 설렘에 긴 여독이 달아난다.


 공항 택시로 파리까지는 정찰제가 있으니 운전사에게 택시비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고 들어 택시 정류장에 가니 안내판에 센 강 남쪽지역은 35유로 센 강 북쪽 지역은 41유로라 되어있다. 짐이 있으면 짐 당 1유로 정도 더 주면 된다 한다. 택시는 우버나 Bolt를 이용하거나 일반택시를 이용하면 되었다. 멋쟁이 흑인 아가씨가 운전을 해주었다.


 우리가 오기 전까지 파리는 이른 더위로 몸살을 앓았다. 파리 가정집엔 에어컨이 거의 없으니 손선풍기를 꼭 사 오라 했다. 다행히 도착하는 주부터 더위가 가라앉고 간간이 비 소식이 있었다. 창을 열고 달리는 택시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멀리 파리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과연 파리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와 긴장이 교차했다.


 아파트 입구에 오니 딸이 나와 반겼다. 뉴욕에서 직장을 다니는 두 아이를 일 년에 한 번 본다. 서부 끝 캘리포니아와 동부 끝 뉴욕에 떨어져 사니 이산가족이 다름없다. 딸아이는 환영 기념으로 준비를 많이 해두었다. 침대에는 엄마 아빠를 위한 파리 패션다운 옷을 사서 나란히 펼쳐두고 교통카드도 미리 준비해 두고 예쁜 도넛까지 사두었다.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부모를 챙기고 기쁘게 해 주려는 마음씀이 고맙고 든든했다.


 창을 여니 몽마르트 언덕 위 샤크레 쾨르 성당이 멀리 보였다. 드디어 파리다.

Bonjour Paris! 안녕 파리!



공항에서 파리까지 택시비 기준 안내판 /셀폰으로 금액을 재충전하는 나비고 교통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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