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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재숙 Monica Shim Oct 22. 2023

'파리는 로맨틱하나 파리지앵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

파리를 만나기 전

  솔직히 내겐 파리가 그다지 친근감이 가는 도시가 아니었다. 몇 번 지나치며 만났던 파리 사람들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리 방문 초대를 받았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저 콧대 높고 까칠한 파리지앵들과 부딪치다 보면 여행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란 염려였다. 게다가 그 즈음 파리에선 이민자들의 시위가 폭도로 변해 혼란스럽다는 뉴스가 시시각각 들려왔다.


 프랑스에 대한 책과 자료에선 파리지앵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은 까칠했다. 파리의 유명세로 프랑스인은 곧 파리지앵이란 인식이 깔려있는데 그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파리지앵은 자존심 강하고 주변인을 우습게 보고 불친절하고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며 과시하기 좋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너무 솔직해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니 상처 입지 않도록 각오해야 한다는 충고까지 덧붙였다. 파리에서 직장을 구하려던 후배는 그들의 텃세와 사람을 무시하며 대하는 태도에 질려 포기하고 돌아왔다고 했고 직장 동료는 프랑스에 가면 절대 영어를 쓰지 말고 차라리 한국어를 쓰는 게 낫다고 했다. 영어로 물으면 아예 못 들은 척 외면하거나 프랑스어로 답할 거라 했다. 심지어 어떤 프랑스 식당에서 영어로 주문을 하니 직원 아줌마가 울랄라 하며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라는 바람에 당황했었다 한다.


 파리란 도시에 대한 평가도 다양했다. 물가 높고 치안은 엉망이고 운전은 거칠기 그지없고 시위와 파업을 수시로 하는, 마치 매일 문제가 생산되는 도시 같다 했다. 문화재나 예술에 있어서는 너무 대단해 감탄사만 연발할 거지만 그 우아한 문화재 뒷골목에선 노상방뇨와 쓰레기와 악취를 만날 거라 했다. 물건을 사러 가면 점원이 친절하게 안내하기는커녕 자기에게 왜 물건에 대해 묻는지 불평을 할 거라 했다. 파리에선 손님이 갑이 아니라 을이구나를 실감할 거란다.


   중국인이 대국이란 긍지로 강한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처럼 프랑스인도 문화와 힘에 있어 '위대한 프랑스'란 자긍심이 국민성에 깊이 박혀있다. 프랑스인의 정서는 자기를 과시하고 잘난 티를 내는 스노비즘 경향이 강하다. 한국에서 명문대 출신끼리 뭉치는 것처럼 프랑스인도 출신 대학과 학벌에 따라 서로 밀어주고 당기는 풍조가 강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국이 SKY출신들이 우세를 잡는다면 프랑스는 ENA(국립 행정학교) 출신이 명문으로 사회 곳곳의 우세를 점하고 있다.


 '즈멍프 Je m'en fous' 란 말이 프랑스에서는 즐겨 사용되는데 '내 일이 아니야. None of my business' 란 뜻인데 프랑스인의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래서 사고현장을 목격해도 쓸데없이 내 시간을 낭비하며 남의 일에 증인이 되는 걸 꺼려해서 모두 달아나 버려 목격자나 증인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한다.


 또한 성적으로 자유롭고 관대해 기혼자나 공적 지위에 있는 자라도 연인을 두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 여기기에 간통죄란 것이 없다고 한다. 유혹 자체가 예술이기에 윤리나 도덕이 간여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하니 참 예술성이 유별난 나라이기도하다.


 한국인이 일본을 싫어하듯 많은 프랑스인은 영국을 싫어한다고 한다. 원래 미개한 나라였던 영국이 어쩌다 위대한 프랑스를 뛰어넘은 것도 꼴사납고 음식은 형편없고 패션도 촌스럽기 짝이 없는 나라가 프랑스인이 보는 영국이다. 세계의 문화 예술은 프랑스가 선두해왔다고 여기는 자부심 또한 강하다 못해 자만심으로 가득하다.


"파리는 로맨틱하나 파리지앵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 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도대체 사람들이 얼마나 파리지앵에게 상처를 입었으면 이런 악평이 쏟아지는지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직접 만나 느껴보고 싶은 호기심이 들기도 했다.


 한나라의 긴 역사와 문화를 몇 줄로 요약하긴 어렵다. 그리고 밖에서 보는 프랑스인이 이렇다 해도 개개인 모두에게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시간이 흐르며 다져진 국민성이 있게 마련이니 어느 정도 감안을 해서 그 나라를 바라본다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리라.

 

  여행이 일상화된 요즘, 사람들은 세계를 내 집처럼 누비는 시대가 되었다. 여행 문화가 발달되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인간 사이의 다툼도 전쟁도 적어지지 않을까. 그러나 주마간산 식의 관광은 장님 코끼리 만지듯 상대에 대한 편견을 깊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조금이라도 알고 간다면 보는 눈도 이해의 깊이도 달라질 수 있으리란 희망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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