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95일째, 민성이 D+744
일과 육아 둘 중에 어느 게 더 힘들까? 육아휴직을 500일간 해보고 내린 결론은 육아다. 육아가 일보다 더 힘들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일과 육아를 다 해본 아내 역시 같은 생각이다.
"오빠, 육아하다 복직해보면 일하는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될 거야." 복직을 앞둔 내게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회사에서 복직한 여선배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남자는 일하고 여자는 애를 보는 전통적인 가정에서, 왜 육아를 돕지 않느냐는 아내의 일갈에 남편들은 이렇게 맞받아치곤 한다. "나는 뭐 회사에서 놀다 왔냐."
'바깥양반'이 당연히 회사에서 놀다 온 건 아니지만, 일하는 게 육아보다 더 쉬우므로, 일을 했다고 해서 육아를 안 해도 되는 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일의 강도가, 개인의 성격이 다 다를 테니 함부로 단정할 순 없겠다. 다만 나와 아내의 경우엔 그렇다는 것이다. 나름 내 직업도 업무 스트레스가 꽤 심한 편에 속하는데도, 육아보단 나은 것 같다.
민성이가 어린이집을 가고 나선 많이 나아졌지만 그 전, 그리고 여러 사정으로 어린이집에 가지 못했을 땐 정말 애 보는 게 힘들었는데, 나에게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이었다.
물론 회사에 다 좋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른이다. 나와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끔 농담도 주고받는다. 누군가가 정말 밉고, 그래서 화가 날지언정 외롭지는 않다. 외로울 틈도 별로 없다.
회사와 달리 집에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말을 할 줄 모른다. 그러니 난 끝없는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마치 광활한 우주 공간에 내던져진 우주 비행사들처럼.
아이가 더 커서 지금보다 제 앞가림을 잘하고, 내 말동무가 되어준다면 육아가 일보다 재미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쯤 되면 육아휴직을 쓸 필요가 없다는 거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