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대별로 나이테가 한 줄 더 느는구나 인정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군인 아저씨가 갑자기 어린 동생처럼 보인다
땡볕에서 신호를 주는 앳된 얼굴의 교통경찰이 안쓰럽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아기 엄마, 에고 어린 애가 애를 키우네
미용실에 온 결혼식 무리, 나의 시선은 신부엄마에게로 향한다. 참 젊으시네.
어려서부터 나이, 나이듦에 관심이 많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대해 얘기하는 책을 보고 영화를 봤다. 이제 그런 영화를 보면 자기 나이대의 관심사이겠구나 여겨지는 그런 나이가 되었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나이 들어서가 아니고 원래의 관심사였다.
나이가 들어가며 살짝 억울 한, 굳이 설명을 하자니 좀 그런 상황들이 있다. 나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TV 쇼 프로그램을 죄다 챙겨 봐 왔다. 마이뮤직 폴더는 그래서 역사가 길다. 나의 아주 어린 시절 가수들의 곡부터 아주 최근 아이돌 노래까지 내 취향에 맞으면 그만이다. 자동차가 신호에 선다. 창문이 내려와 있어 마이뮤직이 옆 차에도 들린다. 온 시대를 망라한 곡들이 돌아가던 중 마침 아주 아주 오래 전 노래가 흘러 나온다. 옆 차 운전자가 나를 본다. 음... 그렇군 하는 눈빛... 혹은 그렇게 느끼는 나의 소심함. 나는 순식간에 옛날 노래를 듣는 옛날 사람이 되어 버린다.
다르게 보자면 바로 이런 점이 나이가 있어 유리한 지점이다. 스무살은 20년만 알지만 마흔살은 스무살의 20년에 그 이전 20년까지 갖고 있다. 오 이러니 일흔살은 얼마나 대단한 나이인가. 여든살 아흔살,,, 오 마이갓! 이들의 삶 자체가 역사 다큐멘터리다. 그런데도 우리는 주류에서 밀려난 그냥 나이든 이들로 암묵적인 무시를 한다. 나도 그랬다. 나의 할머니, 내 주변의 할머니들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으면서도 기억해 놓을 생각을 못했다. 그들은 가고, 내 기억은 잔상으로만 남아 있다. 나의 엄마 이야기라도 잘 챙겨 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