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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페페 Oct 20. 2020

지니가 묻는다면

어려서부터 궁금했던 몇 가지.

슈퍼맨과 배트맨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투명 망토를 선택할까, 공간이동 지팡이를 선택할까

요술램프 지니가 묻는다면 세 가지 소원을 뭘로 빌까

헐리우드 덕분에 첫번째 궁금증은 해결 중이다. 마블코믹스와 DC코믹스의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여 싸우는 영화들이 줄줄이 나온 덕분이다. 개인적인 순위지만 현재로서는 아이언맨이 탑이다.

투명망토와 공간이동 간의 선택은 살면서 확실하게 정해졌다. 난 투명망토 쓰고 다니며 몰래 보고 싶은 게 없다. 무용지물에 가까운 별로지물. 하지만 공간이동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제발이다. 장거리 비행기, 고속버스, 특히 배를 타야 할 때 멀미가 심한 나에게 이처럼 고마운 능력은 없다.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처음 알았을 때 난 고민에 빠졌다. 딱 세 가지 소원을 어떻게 최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까딱 잘못하다가는 이 멋진 찬스를 어설프게 써 버릴 수도 있다. 무한대로 소원을 늘릴 수는 없을까. 그래 소원을 계속 들어 달라는 소원을 하면 되겠다. 멋진걸. 아니야 그래도 왠지 이건 반칙인 것 같아. 다시 집중. 

살면서 종종 이 순간으로 돌아가곤 했다. 지니가 묻는다면 무엇을 부탁할까. 나 말고 세상에 누가 나의 소원에 관심이 있을까마는 이 생각을 할 때마다 난 진지했다. 왠지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분이었다.

언제부터일까. 내 마음에서 두 가지 소원이 딱 정해졌다. 

나의 첫번째 소원, 내 다리의 불편감을 없애 주세요. 아주 어려서부터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이 증세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요. 내 다리로 장거리 비행기 타보세요. 아주 미쳐버립니다.

두번째 소원, 멀미가 사라지게 해 주세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요. 배라도 타야 하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 멀미와 함께 여러 사람을 인솔해야 하는 버스를 타 보세요. 옆 사람과 대화만 해도, 문자 몇 개만 보내도 나에겐 지구가 흔들립니다. 

말해 놓고 보니, 남들에게 말하기는 뭐한 그러나 내 삶의 퀄리티에는 아주 중요한 항목들이다. 남들에겐 보통인 일이 나에게는 무지 힘든 그런 종류다. 이런 게 진짜 힘든 거라는 생각을 한다. 티는 안 나는데 까딱 무리하면 자신에게는 일상이 버거운... 

세번째 소원은 아직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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