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재를린테이블, 그리고 회고
2024년은 정신없었다.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계획에 없던 ‘바쁨’은 스스로를 관리하게 만들었다.
관리는 곧 통제로, 스트레스의 시발점인 셈이다.
2024년 간략 타임랩스
2024년 상반기에는 주말마다 부업으로 성수에서 일을 했다.
하반기에는 현재 개인적으로 학업을 준비하면서 공부를 한다. 이럴 계획도, 생각도 없었다.
멍때리는 시간을 책 읽는 시간으로 바꾸고 누워있는 시간을 운동 시간으로 바꾸고 넷플릭스 보는 시간을 주말 (부업, 스터디, 공부 등) 시간으로 바꾸고보니 지금이 되었다.
이번 10개월 동안, 회사와 연관되지 않은 개인 약속은 열 손가락에 꼽히고 회사와 연관된 약속은 수백 건의 미팅이었다. 일주일에 수십명의 사람들과 만나면 주말은 온전히 내 시간들로 채워야했다. 나는 휴식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내 선택이라서
정신없이 사는 게 괜찮냐, 체력도 좋다, 안 힘드냐 등등 얘기도 많이 들었다. 흠, 괜찮다. 견딜만 했고 할 만했다.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내가 그런다고 했으니 한거다.
엄마도 처음에는 주말에 무슨 직장인이 부업이냐며 걱정하다가, 나중에는 체력 관리 잘하라고 비타민세트를 선물해주었다. 팀원들도 하반기에 대학원 준비함다고 하였더니, 물어물어 노하우나 팁을 알려주며 독려해주었다.
세상은 나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주변인들도 나의 선택을 응원한다. 나만 잘하면 되고 못하더라도 내가 한 선택들을 잘 실천해나가면 되더라.그래서 난 내 선택들이 나를 버겁게, 힘들게, 지치게 했더라도 잘 버틸 수 있었다.
감각 상실
일정한 생활 반경에서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다보면, 속된 말로, ‘감떨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날씨가 어떤지, 요새는 내 또래가 뭘하고 노는지 등등 파악이 느리다.
감각 상실은 진화론적으로 지금 내가 취하는 가장 좋은 선택었다. 싫은 건 안 듣고, 쓴 건 뱉으면서 루틴을 유지하고 생활패턴을 이어나가고 철저하게 세운 내 설계대로 움직이는 가장 좋은 비법이었다.
그러다 문득 오는 가족들의 유혹에는 나약해지긴 하더라. 이번년에는 가족들과 하는 행사에는 꾸준히 나갔다. 친척들과 하는 안면도 여행, 명동 외식, 강남 전시 등등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았다.
다시 바쁨
제한된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제약적이기에, 매번 우선순위를 두어야했다. 우선순위에서 멀어진 항목들은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했기에 나는 항상 to-do-list가 많은 셈이다. 이를 ‘바쁘다’라고 표현한다.
할 일들은 많지만, 우선순위들을 먼저 해나가면서 소홀해보이고 냉정해보이겠지만 그밖에 것들에는 눈을 두지 않는다. 대체 언제 이 리스트의 체크박스가 다 될까. 나도 되려 궁금하다.
정신없고 얼렁뚱땅거리고 깔짝거리는 것 같은 내 할일 리스트에는 나의 바쁨이 얼추 보인다. 뭘 하는지 모르겠고, 왜 욕심나는지 모르겠지만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 그거 하나가 분명하다.
평소 연락이 드물지만 오늘도 가족들과의 점심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엄마가 오전 스터디하기 전에 우리집으로 새벽부터 놀러왔다. 겨울 이불을 준비해주시고 먹을 것들을 가져다주셨다. 스터디 이후, 가족들과 모여서 점심을 먹으며 연말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나와 할일을 하러 집에 돌아온다.
앞으로 2개월
남은 두 달 동안, 더 강력한 관리를 하여 철저하게 마무리하려는 2024년이다. 단 60일도 삐끗할 수 없다. 두렵기도 하면서 떨리기도 하다. 벌써 스트레스다.
그렇지만 또 해내려 부단히 살겠지. 그게 내가 선택했고 내가 암묵적으로 따르는 루틴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