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려더니 저를 바라보고 섰는 고층 유리창에
제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한밤중 무심하게 켜버린 백열등마냥
나도 모르게 고개돌려 찡긋한 것은
이제 산밑으로 내려가더라도
내일 아침 다시 저 반대편에 떠오를테니
저를 잊지 말라고
종일토록 어수선히 뜀박질한 나를 지켜보고 있었으니
나도 저를 한 번은 쳐다봐 달라고
져물다가 그래도 한번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저도 세상 두루 살피느라 애썼다, 그러니
이제 편히 잠자리에 들어보자, 그러니
나도 저처럼 쉴 준비를 하라고
끝까지 찬란한 해는 그렇게 나를
어루만져주는 것이었다.